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6만5000톤급) 전단이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영해에 진입한 가운데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 해군의 한국형 경항공모함(3만톤급·CVX) 건조 추진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990년대부터 해군의 숙원사업인 경항모는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운용하며, 해양통제와 상륙작전 임무 등을 수행하는 함정이다. 건조 비용은 약 2조300억원, 연간 운용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일 군·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영국 해군은 이날 동해에 진입한 퀸 엘리자베스호에 한국 해군 요원들을 초대해 친선 교류 활동을 할 계획이다. 항모에 탑재한 F-35B 스텔스 전투기 이착륙 등 임무 수행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날에는 항모 전단과 우리 해군의 대형수송함 독도함(1만4000톤급) 등이 참가한 한·영 해군 연합훈련이 진행됐다.
이번 항모 전단의 방한은 중국을 겨냥해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지만, 동시에 영국의 방산수출을 위한 목적이 크다. 경항모 구상 초기부터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밝혀온 영국은 항모의 전투체계 등 기술 협력과 운용 인력 교육 등에서 파트너십 구축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말 한국에서 열린 경항모 관련 세미나에 이례적으로 주한 영국대사관 무관이 참가했고, 퀸 엘리자베스호 건조에 참여한 영국 해군 대령이 건조과정과 항모전투단 구성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해군 역시 퀸 엘리자베스 방한을 타당성 등 논란이 큰 경항모의 건조 필요성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이 지난 1월 공개한 경항모 개념도를 보면 퀸 엘리자베스호의 갑판과 유사하다. 기존 개념도에서 1개였던 함교(아일랜드)가 2개로 늘어났고, 함재기를 비행갑판으로 이동시키는 엘리베이터 2기도 오른쪽에 집중됐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당초 부산항에 기항할 예정이었으나, 함정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대신 초청 행사를 열게 됐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으로 경항모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수주에 뛰어든 국내 업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1)에서 각각 개발한 경항모 최신 모형을 공개했다. 내년에 입찰이 예상되는 경항모는 국내에서 설계·건조해 2033년쯤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기준(경하) 배수량 3만톤(t)급, 만재 배수량 4만t급으로 길이는 260여m, 폭은 40여m로 알려져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항모 모형은 해군이 초기 구상한 경항모보다 비행갑판 폭을 약 30% 확장하고, 함정 앞부분에 스키점프대를 새롭게 적용한 전장 270여m, 전폭 60여m, 3만t급이다. 특히 스키점프대의 경우 퀸 엘리자베스함의 특징이기도 한데, 설계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영국 군수지원 기업 '밥콕'과 협력해 설계한 만큼 영향을 받았다는 평이다. 함교 역시 2개로 분리돼 있고,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오르내리는 승강기는 좌·우현에 각각 1개씩 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경항모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연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반영되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막대한 비용 등 타당성과 효용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면 (추진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