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 중 3명은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등 취업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이들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일자리를 창출하는 회사가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가공 및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기업인 테스트웍스다. 테스트웍스는 알맞은 교육과 직무 설계만 있다면 장애인도 인공지능(AI) 데이터 시장에서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장애인 직원의 퇴사율이 0%라는 점은 이들이 가는 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교육 후 합격률 40% 육박… 장애인 고용의 지속가능모델 확립
테스트웍스와 자회사 데이터큐의 총직원 수는 지난해말 기준 126명이다. 이중 31%인 39명이 취업취약계층이다. 취업취약계층이란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경력단절여성, 장기실업자, 29세 이하 청년, 55세 이상 고령자, 상이군경 등을 말한다. 39명 중에선 경력단절여성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론 발달장애인(10명), 청각장애인(9명) 순으로 많았다. 장애인 직원들 중 대부분인 17명은 데이터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은 데이터큐는 장애인 상시근로자 고용조건 30%의 두 배가 넘는 63%를 기록 중이다.
테스트웍스와 데이터큐는 새로운 직무교육을 통해 장애인 직원들의 섬세함을 재능으로 발전 시켜 기회를 제공하고, 가능한 한 오래 고용 목표를 가져가기 위해 채용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 단계적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실습 시간에 업무 능력을 검증하고, 3개월가량 인턴으로 채용한 뒤 최종 평가를 통해 정규직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올해 들어 장애인 일용직 7명 중 5명은 정규직, 한 명은 계약직으로 전환됐고, 실습생 2명도 각각 정규직,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테스트웍스는 장애인 고용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교육과 관리에 힘쓰고 있다. 교육의 효과는 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엔 24명 교육 후 9명을 채용했고, 지난해엔 34명 교육 후 13명이 입사했다. 교육 후 합격률이 38%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테스트웍스는 "해외 글로벌 기업을 직접 탐방하는 등 리서치를 통해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잡(job·업무)코치'도 따로 두고 해당 발달 장애인에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직원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테스트웍스는 사회복지사를 직접 채용해 이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관리하고 있다. 테스트웍스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외부의 발달장애인 전문 상담사도 초빙해 상담을 진행하며 발달장애인 직원들의 업무 및 일상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시 적절하게 개입 및 조치할 수 있도록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2015년에 설립된 테스트웍스는 2017년부터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19명의 지난해 말 기준 평균 근속 기간은 약 2년이며 아직까지 퇴사한 사람은 없다.
◇ 높은 집중력, 정직함… 발달장애인 장점에 주목한 테스트웍스
테스트웍스는 2017년 3월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발달장애인의 생산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가진 반복작업에 대한 높은 집중력, 디테일에 대한 집념, 정직함이 데이터 가공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들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근무하는 환경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테스트웍스는 "일상적인 대화, 업무 커뮤니케이션, 품질 관리 등 여러 부문에서 어떻게 하면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오래, 원활하게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며 "말보다는 글을 통해 소통을 선호하는 점, 일정한 생활 및 업무 루틴이 있을 때 안정적인 업무 성과를 보이는 점,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사용에 능숙한 점 등 발달장애인 직원 특성을 파악해 체계적인 업무 환경 및 프로세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회사가요' 앱은 이같은 고민을 기반으로 탄생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발달장애인 직원 중 상당수가 대면 의사소통을 어려워하고 수면, 음식섭취, 시간 활용 등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발달장애인 고용 관리에 대한 시간 및 비용적 부담, 일정하지 않은 업무 생산성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보호자 역시 자녀 발달 상태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와 구직 정보 획득, 외부 활동 확인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앱에는 업무관리, 생활관리, 정보 공유 기능이 있어 이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테스트웍스는 AI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데이터 서비스 전문 플랫폼 '에이아이웍스(aiworks)'를 통해 디지털 일자리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PC와 모바일로 참여 가능한 프로젝트를 개설해 근무 시간, 장소, 경력, 성별, 연령 등에 제약 없이 일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차량 계기판 영상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가 열리면 이용자들은 계기판 영상을 올리고 건당 4000원씩 받아가는 식이다. 테스트웍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아이웍스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는 것은 물론 보상도 기대할 수 있어 '앱테크(애플리케이션으로 하는 재테크)'의 일종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에이아이웍스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3만명을 넘어섰다. 2019년 말 3300명과 비교하면 9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보상을 받아간 인원도 같은 기간 167명에서 5580명으로 늘었고, 보상 금액 역시 500만원에서 32억원으로 640배 늘었다.
테스트웍스는 "에이아이웍스 회원은 여성의 비율이 77%로 월등히 높다"며 "주부 또는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있지만 적절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