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Maersk)사로부터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면서 메탄올과 암모니아로 움직이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도 대형화할 수 있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초대형 친환경 선박이 미주·유럽 항로에 본격 투입될 경우 '캐스캐이딩(선박 전환 배치·cascading) 효과'에 따른 해운업계 지각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이 이번에 수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1만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으로 초대형 선박으로 분류된다. 이같은 대형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이 탑재된 것은 세계 최초다. 특히 해당 엔진은 벙커C유와 메탄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DF) 엔진인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대로 건조한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넘어 메탄올·암모니아로 움직이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LNG 추진선만으로는 해마다 엄격해지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IMO는 2025년까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이상, 2050년까지 7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NG 연료는 벙커C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30% 적지만, 탄소 배출이 아예 없지는 않다.

업계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이 초대형 선박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차세대 친환경 선박의 크기를 늘리는 것은 조선업계의 공통된 숙제였다. 과거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도 5만DWT(재화중량톤수)급 MR탱커, 2100TEU급 컨테이너선 등 중소형 선박이 중심이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메탄올의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연료 분사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초대형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 메탄올 외에도 암모니아 등으로 움직이는 초대형 선박의 연구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작년 9월 '암모니아 연료 추진 아프라막스(A-Max)급 원유운반선' 기본설계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AIP)을 획득한 데 이어 최근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암모니아 레디 초대형원유운반선' 기본 설계에 대한 AIP를 획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작년 10월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2만3000TEU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초대형 친환경 선박이 실제 항로에 투입되기 시작할 경우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한 캐스캐이딩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캐스캐이딩 현상이란 대형선이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원양 항로에 투입됨으로써 중대형 선박들이 근해항로로 밀려나고, 근해항로의 중소형 선박들이 연안항로로 도미노처럼 밀려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머스크가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원양항로에 최초로 투입했을 당시, 상대적으로 선박 규모가 작은 중소형 선사들이 피해를 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IMO의 환경 규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친환경 선박의 대형화는 해운업계의 불가피한 트랜드"라며 "시장을 선도하는 머스크가 실제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투입할 경우 경쟁사들도 초대형 친환경 선박을 늘릴 수밖에 없고, 관련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조선업계에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