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1조달러(약 1170조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두산밥캣(241560)·현대건설기계 등 국내 건설기계업체가 기대를 걸고 있다. 도로·항만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이 이뤄지면 굴착기 등 건설 장비 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23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1조달러(약 1173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법안이 오는 9월 중순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이 법안은 지난 10일 미국 상원을 통과했고, 9월 하기 휴회가 끝난 후 하원 문턱을 넘어야 최종 입법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미 민주당이 하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무리 없이 통과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예산안은 최근 10년 동안 미 정부가 추진한 예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주로 도로나 교량과 같은 물리적 기반시설 보강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게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도로·교량 신설 및 개보수에 1100억달러, 전국 철도망 현대화 및 고속철도 건설 지원에 66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또 전력망 개선(730억달러), 고속 인터넷 보급(650억달러), 전기차 시설 확충(75억달러) 등이 법안에 포함됐다.
통상적으로 인프라 예산은 법안 통과 이후 3~4년 안에 80% 이상 집행되는 만큼 건설기계업계는 최근 생산 라인과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연방 재정지원이 투입되는 모든 프로젝트에 미국산 제품(철강, 건축자재 등)을 쓰라고 강제하면서 현지화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번 법안에 포함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규정에 따라 '미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조품은 생산원가의 55% 이상 ▲건축자재는 100% 국내산 부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 기업 중 미국 인프라 투자와 가장 관련이 높은 기업으로는 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70%에 달하는 두산밥캣이 있다. 두산밥캣의 주력 상품은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소형 건설기계로, 현재 북미 소형 건설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5월 휴대용 건설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스테이츠빌 공장에 7000만달러를 투자해 증설에 들어갔다. 지난달엔 두산에서 지게차 사업부를 인수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도 했다.
최근 한 식구가 된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미국 매출 비중이 10% 안팎이지만, 이번 인프라 투자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를 위해 현지 맞춤형 장비개발과 고객밀착형 서비스 제공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부품 공급망을 구축해 48시간 배송 보증 서비스를 내놓는 등 AS(사후관리)에 힘쓰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6월 기계·측량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인 트림블과 손을 잡았다. 북미 크롤러 굴착기 공장에 트림블의 경사면 제어 솔루션인 '굴착기용 토공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또 2019년 시애틀에 세 번째 부품 공급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조지아주 사바나에 한국에서 공급받은 반제품을 조립하는 맞춤형 조립센터를 설립했다.
이들 업체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엔 이번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미국 판매량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건설기계 완성차 판매량은 5만1803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9.6% 증가했는데, 북미 수출은 7억6600만달러(약 8985억원)로 34.1% 늘었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 법안 통과로 당장 매출이 오르는 건 아니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SOC 투자 재개에 힘입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올해 북미·유럽 지역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4조4420억원, 두산인프라코어는 4.7% 오른 7840억원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기계는 북미 매출이 전년보다 16% 증가한 34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헌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상원 통과는 미국 노후 인프라 투자의 시작점을 알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건설기계 수요가 늘면 신흥국 및 유럽에서도 연달아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