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009830)이 올해 들어 삼성, LG, 두산, 쿠팡 등 국내 대표 기업 출신을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태양광·수소·신소재 등 한화(000880)그룹의 미래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외부 인사를 적극 수혈하고 있다.

22일 한화솔루션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규 선임된 32명의 임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4명이 외부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삼성그룹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황정욱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 신사업담당 사장은 삼성전자(005930) 부사장을 지냈다. 황 사장은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무선사업부에서 주로 근무했다. 그는 휴대전화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해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지난 4월 한화솔루션에 합류했다.

한화솔루션은 같은 달 NxMD실을 신설하고 장세영 전 삼성전자 상무를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한화그룹 사상 첫 여성 부사장이다. NxMD실은 차세대 전자재료와 부품 분야 신사업을 발굴하는 부서다. 장 부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갤럭시 시리즈 배터리 개발 등 스마트폰 사업을 맡아왔다.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의 배터리 수명 향상 설계를 주도한 공로로 2013년 30대에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6월에는 구경하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석(부장급)이 NxMD실 상무로 영입됐다. 구 상무는 무선사업부 선행요소기술그룹 소속으로 신소재 개발, 설계 등을 담당했었다. 장세영 부사장과도 함께 근무했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강대철 전 삼성전자 무선개발2실 담당 임원을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 신사업담당 전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이 최근 삼성전자에서 영입한 황정욱(왼쪽부터)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 총괄 사장, 장세형 케미칼부문 NxMD 사업실장 부사장, 구경하 케미칼부문 NxMD실 상무./삼성전자 제공

이들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신소재 개발 부서에 배치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 4인방이 반도체 관련 신소재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에 삼성SDI(006400) 연구원 출신 2명도 임원으로 선임했다. 박정필 큐셀부문 신사업부문 전무와 안성진 전략부문 에너지담당 상무가 삼성SDI 연구원 출신이다. 손명수 삼성물산(028260) 상사부문 인사팀장은 지난 3월 전략부문 인사전략3팀장(상무)으로 선임됐다.

한화그룹에는 유독 삼성그룹 출신 임원이 많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2014년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계열과 방위산업 계열을 인수하는 대형 빅딜을 성사시킨 뒤 '인수 후 통합(PMI)'까지 마무리하면서 삼성의 조직 문화를 다른 대기업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 삼성그룹 출신 인사들이 워낙 많아 삼성에서 한화로 이직하는 것을 양사 모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음으론 LG(003550)두산(000150) 출신 임원이 많았다. 박재호 GES(그린에너지솔루션)부문 담당 상무는 LGCNS 국내개발사업팀장으로 근무했었다. 윤주환 큐셀부문 신사업부문 상무는 LG전자(066570) 솔라사업팀 출신이다.

신주훈 전략부문 소재담당임원(상무)은 두산의 인수합병(M&A) 전담조직인 기업금융프로젝트(CFP)팀 상무 출신이다. 한화솔루션은 연초 전략기획실을 1, 2담당으로 세분화했는데 1담당에는 한화 출신을, 2담당에는 신 상무를 앉혔다. 임재환 큐셀 부문 한국사업부 GES부문장(상무)는 두산중공업 터빈 발전기 BG(비즈니스그룹)장 출신이다. 한화솔루션은 축적된 태양광 기술을 활용해 풍력발전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두산은 국내 기업 가운데 풍력발전 기술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한화솔루션 제공

e커머스업체 쿠팡 출신 이근영 상무가 갤러리아부문 e커머스 담당으로 최근 합류했다. 백화점 사업 등을 하는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4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됐다. 뉴욕 맥쿼리캐피탈 및 무디스 인프라 투자 출신의 이태휘 상무는 지난 1월부터 큐셀 부문 투자금융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재무 담당 임원 일부를 제외하고 올해 영입된 인사들은 대부분 한화솔루션의 신사업에 배치됐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수소, 풍력, 신소재, 우주산업 등 그룹의 미래 사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외부 인사를 영입해 김 대표의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화에너지가 자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을 흡수 합병하면서 김동관 대표의 후계자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김동관 대표가 50%,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대표가 그룹 총수로 태양광, 수소, 우주, 방산 등 핵심 사업을 담당하고 차남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 삼남 김동선 상무는 유통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김동관 대표가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것도 이런 후계구도 확립을 위해서는 조만간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