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가동 중단 사태의 원인이었던 크레인 작업이 담당 부서의 업무 태만으로 보고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작업 현장에 고압 송전선이 있음에도 담당 직원이 이를 크레인 작업 업체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작업을 하던 크레인이 고압 송전선 가까이 가면서 '섬락(절연물을 끼워 놓은 두 도체 사이에 불꽃이 튀는 방전이 지속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정상 운전 중이던 고리 2호기의 터빈과 발전기가 멈췄고 원자로 보호 신호에 의해 원자로도 자동 정지됐다.
20일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실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고리2호기 가동 중단 사태의 원인이었던 크레인 작업은 사고 전날과 당일 열린 관련 회의에서 보고되지 않았다. 한수원 규정 상 정비 작업 등은 작업 전에 담당 직원이 계획을 내부 관리시스템에 입력하고 리스크 검토회의에서 작업의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평가하도록 돼있다.
당시 작업 총괄 책임자인 A씨는 크레인 작업이 계획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부하 직원에게 이를 보완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A씨는 사고 전날 크레인 작업 업체의 출입신청서를 직접 결재했기 때문에 작업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사고 전날 열린 리스크검토회의와 사고 당일 열린 정비회의에 크레인 작업은 보고되지 않았다. A씨는 사고 전날 열린 리스크검토회의에 부서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사고 당시 고리 1호기 부지 내에서는 이중 울타리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50톤(t) 규모 이동형 크레인이 공사 자재를 이송하기 위해 크레인 붐대를 펼치는 과정에서 345㎸ 송전선에 근접했으나 작업 감독관 B씨는 작업 현장에 고압 송전선이 있다는 사실을 크레인 업체에 알리지 않았다. 345kV의 고압 송전선 인근에서 작업을 할 때는 6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알지 못한 크레인 업체는 안전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당시 위험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배치된 신호수 2명은 교통 통제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감사실은 지난 2일 이런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상임감사위원에 보고하고 A씨와 B씨, 해당 부서 부서장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고리2호기는 가동 중지 후 8일만에 정상 운영됐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송전선로 주변 크레인 작업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정비작업 관리·위험성 재평가 교육 수행과 비상주 협력사 안전 관리강화 등 단기 대책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