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089590)은 부분 자본잠식에 들어갔고 진에어(272450)와 에어서울은 이미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에어부산(298690)의 부채비율은 1700%를 상회하고 있다.
LCC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할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업황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다. 유상증자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설령 유상증자에 성공해도 본업인 여객 부문에서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재무 상태 재악화가 불가피하다.
◇ 누적 적자에 빚만 남은 LCC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재무 상태가 가장 심각한 LCC는 한진그룹의 진에어다. 올해 상반기에만 1089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해 결손금 규모만 233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작년 말 기준 981억원에 달하던 자기 자본(자본총계)도 현재 마이너스(-)176억원으로 돌아서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비율을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에 빚만 남은 상태란 뜻이다.
진에어의 2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3558억원이다. 총자본 중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 의존도'는 작년 말 대비 11%p 증가한 77.5%를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재무건전성의 악화를 의미한다. 나이스평가정보 키스라인(KISLINE)에 따르면 금융기관과 공기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의 평균 차입금의존도는 지난 5년간 30%를 넘은 적이 없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의 재무 상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1585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해 결손금 규모는 3330억을 기록했다. 자본잠식률은 약 58%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218%에 차입금 의존도는 57%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자회사 에어부산 역시 올해 상반기 967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해 결손금 규모가 1855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잠식률은 약 30%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작년 말 838%였던 부채비율은 1719%까지 두 배가량 급증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52%로 높은 수준이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티웨이항공(091810)만 작년 11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1468억원을 조달해 숨통을 틔운 모양새다. 다만 올해 상반기 8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결손금이 2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는 상태다. 부채비율도 500%를 넘는다. 항공업계에선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티웨이항공의 결손금이 누적될 경우 재무 구조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유증 나서는 LCC… 성공 여부는 미지수
LCC 재무 구조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여객 사업 외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구조 탓이 크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이 올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물 사업으로 여객 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LCC들은 화물 운임이 높은 북미나 유럽 노선에 투입할 만한 대형 여객기도 없을뿐더러, 화물 사업 경험이 부족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LCC들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연이어 추진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연말까지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관리종목 지정되기 때문이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을 50% 아래로 낮추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항공사의 경우 완전 자본잠식에 놓이거나 자본잠식이 50% 이상 1년 이상 지속되면 국토교통부가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이후 2년 이상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면허취소나 사업중단을 강제할 수 있다.
진에어는 올해 말 10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750억원을 발행할 방침이다. 제주항공도 5대 1의 액면가 감액 방식의 감자와 2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에어부산도 오는 9월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AK홀딩스 등 이들 LCC의 모기업 모두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문제는 유상증자가 성공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델타 변이로 여전히 항공 여객 수요가 요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손금이 추가 누적되거나 유상증자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IATA는 2024년은 돼야 항공업계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델타 변이 등장으로 이마저도 미지수다. LCC 관계자는 "본업인 여객 사업에서 흑자를 내지 않는 이상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라며 "정부의 금융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