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합상사들이 올해 2분기 글로벌 경기 호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 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수익 구조 탓에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1~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출범한 LX그룹의 LX인터내셔널(001120)(옛 LG상사)만 국내 종합상사 가운데 유일하게 3%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종합상사들은 낮은 영업이익률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 등 각종 신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국내 5대 종합상사의 영업이익률은 ▲LX인터내셔널 3.18% ▲삼성물산(028260)(상사 부문) 2.09%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1.99% ▲SK네트웍스(001740) 1.03% ▲현대코퍼레이션(011760) 0.83% 순으로 나타났다.

LX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전경. /LX인터내셔널 제공

지난 5월 LX그룹에 새로 편입된 LX인터내셔널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9560억원, 영업이익 1258억원을 기록해 3.18%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률은 1.31%로 1년 사이 두 배 이상 수익성이 개선됐다. 수년간 영업이익률이 1%대에 머물러 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LX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은 물류 부문에서 발생했다. 해운 운임 급등 덕분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작년 2분기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에너지·팜 부문이 올해 2분기 27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흑자로 전환했고, 석유화학제품 판매를 맡고 있는 생활자원·솔루션 부문도 같은 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물류 사업을 중심으로 전 사업 부문의 실적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라며 "3.2%의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도 실적 선방을 이뤘다. 올해 2분기 매출 4조2970억원에 영업이익 900억원을 기록해 2.0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0.43%였던 작년 2분기 대비 5배 가까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원자재 시황 호조와 영업경쟁력 강화 등으로 실적이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종합상사 업계 1위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2분기 매출 8조5245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을 기록해 1.99%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률은 2.56%였던 작년 2분기 대비 오히려 줄었다.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 등 철강재 수요 회복에 힘 입어 철강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대폭 개선됐으나, 가스전 비수기 여파로 작년 대비 판매량이 줄면서 에너지 부문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든 영향이 크다.

SK네트웍스와 현대코퍼레이션은 각각 1.03%, 0.8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상사 부문에서 벗어나 렌탈 중심 사업자로 탈바꿈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신규 제품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영업이익 줄었다는 입장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작년 2분기 0.62%의 영업이익률에서 올해 2분기 0.83%로 소폭 개선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여전히 1%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해운 운임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의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매출액 대비 낮은 영업이익률은 종합상사의 묵은 고민거리다. 지난해 종합상사 5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9%였던 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5%였다. 전체 매출에서 무역(트레이딩)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교역경쟁력을 높이려면 물품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종합상사는 올해 하반기에도 각종 신사업에 뛰어들며 수익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기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구동모터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도 가스전 개발에 나섰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3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헬스케어, 디지털 컨텐츠 등을 신규 사업을 추가했다. 삼성물산은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수소, 디지털 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 나갈 방침이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트레이딩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게 업계 추세"라면서 "전기차 부품, 친환경 에너지 등 사업 영역 확장으로 영업이익률도 점차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