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메타버스 사업을 점찍으면서 계열사들이 해외 인재 채용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에서 대규모 채용 설명회를 열지 못하자 메타버스를 통해 글로벌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의미한다.
17일 LG그룹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다음달 6일 해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 '하이엘지'를 개최한다. 하이엘지는 LG전자의 미래 사업 및 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로 해외 거주자라면 자격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채용 상담을 원할 경우 메타버스 내에서 취업컨설팅 및 직무상담 기회도 제공한다. LG전자가 메타버스로 해외 채용 설명회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는 미국 아바타 가상회의 스타트업인 버벨라(VirBELA) 플랫폼에서 진행한다.
LG이노텍(011070)도 이달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간 메타버스에서 채용 설명회를 진행한다. 참가 대상은 해외대학 이공계 석박사와 포스트닥터(Post Doctor·박사 후 과정) 등이다. LG이노텍은 인공지능(AI)와 시뮬레이션, 광학, 기판소재, 차량부품 등 전 사업 분야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LG이노텍은 미국의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인 게더타운(gather town)을 통해 채용 설명회를 연다.
구 회장은 차세대 사업으로 메타버스를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신입사원 교육과 채용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LG그룹의 벤처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달 미국의 가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웨이브'에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지만 LG그룹은 웨이브와 손잡고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존 레전드, 린지 스털링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가상현실 기반 라이브 콘서트를 50차례 이상 기획·진행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음반사인 미국의 워너 뮤직과 중국의 텐센트 뮤직도 각각 올해와 지난해 웨이브에 투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 CNS 등 그룹 주요 계열사 6곳이 출자한 4억25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다.
LG디스플레이(034220)와 LG화학(051910)은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 연수를 메타버스로 진행했다. LG전자가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개관한 'LG시그니처아트갤러리' 전시관은 6개월만에 150만명이 관람했다.
LG그룹이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은 시장 성장 기대감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게임, 가상 공연, 제조,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그룹 PwC에 따르면 올해 1485억 달러(약 170조원)로 추정되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30년 1조5429억달러(약 1766조원)로 10배 성장이 예상된다.
LG 관계자는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직 초기 단계 어떤 방식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이끌어나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