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5조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던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상반기에 총 4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010950))은 올해 상반기 1조20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로의 대대적인 선제 투자 덕분에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 관계자는 “2018년 말 가동을 시작한 울산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의 안정화를 바탕으로 울산공장 전체 생산설비를 최적화함에 따라 수익성 높은 제품의 생산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며 “상반기 내내 최대 가동률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외에도 다른 정유업체들도 호실적을 거뒀다. 이들 기업 역시 정유 비중을 줄이고 석유·윤활유, 친환경 사업 비중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2조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SK이노베이션(096770)도 올해 상반기에는 1조9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GS칼텍스는 상반기 1조1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대오일뱅크는 678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정유업계는 상반기 깜짝 실적의 비결을 “정통 정유사업에서 석유화학 등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낸 결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중 58.8%가 비정유 부문에서 나왔다. SK이노베이션(64.4%)과 현대오일뱅크(54.4%)도 비정유 부문의 수익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비정유사업에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앞으로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HPC) 가동으로 비정유사업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수소 사업 등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