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몽골 정부가 내년부터 성수기 직항 항공편을 2배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중심의 몽골 노선에 저비용항공사(LCC)도 취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황금 노선’으로 꼽히는 몽골 노선에 취항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확대에 따른 운임 하락 효과로 소비자 편익도 증대될 전망이다.

◇ 국토부, 이르면 연말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 배분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올해 연말쯤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고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취항을 원하는 항공사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운수권을 배분할 방침이다. 한국과 몽골 정부는 이달 초 항공회담을 개최하고 2022년부터 성수기(6∼9월) 울란바토르 노선의 국가별 공급 좌석을 주당 2500석에서 5000석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 LCC 등 신규 항공사를 포함해 9회 추가 운항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국제항공운수권 배분 규칙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운수권 신청 항공사를 평가할 계획이다. ▲안전과 보안(35점) ▲이용자 편의(20점)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25점) ▲공공성 제고(20점) ▲인천 환승 기여도(10점) 등 총 110점 만점의 5가지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순으로 운수권을 배분한다. 운수권이란 외국 정부와의 항공 회담을 통해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정하고 그 횟수 내에서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 에어서울 등 LCC 대부분이 몽골 노선의 운수권을 따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특히 2019년에도 몽골 노선 취항을 시도한 적이 있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첫 취항한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도 내부적으로 취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 LCC 관계자는 “아직 국토부의 구체적인 취항 관련 공지가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몽골 노선 취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는 “통상 운수권이 필요한 지역은 운수권이 필요없는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지역보다 운임이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LCC들 간의 취항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몽골 바가노르구 사막화 지역에서 대한항공 임직원 170여명과 현지 주민 등 총 600여명이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대한항공 제공

◇ 대한항공이 시작한 몽골 노선LCC 진입으로 경쟁 치열해질듯

1994년 대한항공의 전세기 취항을 시작으로 열린 몽골 하늘길은 25년동안 대한항공이 독점해왔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1992년 몽골에 B727 여객기 1대를 무상 기증하면서 시작된 인연으로 각종 교류사업을 확대하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결과였다.

그러나 제한된 운수권과 독점 운항 체제가 길어지면서 항공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한국과 몽골 정부는 2019년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운수권을 주 6회(1500석)에서 주 9회(2500석)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이 운수권 확보에 도전했는데,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을 선정했다. 이후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개 항공사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몽골 노선에 항공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몽골 노선이 운항 거리 대비 다른 노선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탑승률도 높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 몽골 노선(1975㎞) 성수기 항공권 가격은 100만원에 달했던 반면 운항거리가 비슷한 홍콩 노선(2066㎞)의 경우 60만원에 불과했다. 작년 기준 몽골 노선의 연중 평균 탑승률은 84%에 달하며 성수기엔 90%에 육박한다. 통상 탑승률이 80%가 넘으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제외한 일반석은 모두 만석이란 뜻으로 통한다. 여객 수도 2015년 30만명에서 2019년 39만명으로 연평균 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항공업계는 몽골 노선에 새로운 항공사가 진입할 경우 항공권 가격이 더 저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몽골 노선에 취항하면서 성수기 이코노미석 기준 왕복항공권 운임을 52만~99만원으로 책정해 대한항공보다 10% 저렴하게 제공했다. 이에 대한항공도 노선 최저가 운임을 20% 인하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몽골 노선이 다시 독점 노선이 될뻔 했으나, 이번 항공회담으로 경쟁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그간 높은 항공운임과 항공권 부족으로 불편을 겪어오던 양국 관광객, 유학생 및 기업인들이 한결 편리하게 양국을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