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272210)이 세계적인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OneWeb)에 3억달러(약 3450억원)를 투자한다.

한화시스템은 12일 “원웹과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영국 정부, 세계 3대 이동통신사 바르티(Bharti Global), 세계 3대 통신위성 기업 유텔샛(Eutelsat),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 등과 함께 이사회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우주인터넷, 즉 저궤도(LEO·Low Earth Orbit) 위성통신 사업은 수백~수천개의 위성을 저궤도(500~2000㎞)에 띄워 지구 전역에 빈틈없이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한다. 광랜이 필요없기 때문에 북극이나 정글, 태평양 한가운데 떠다니는 배나 비행 중인 항공기에도 도심과 같은 속도로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 높은 고도에서 신호를 주고 받아야 하는 에어택시, 끊김없는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원웹이 앞으로 발사할 로켓의 개념도(오른쪽)과 원웹에 차례로 합류한 기업들의 소속 국기 그래픽. /원웹 제공

◇ 원웹, 내년 글로벌 ‘우주인터넷’ 서비스 시작

원웹의 주력 사업은 저궤도에 수많은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우주인터넷’이다. 원웹은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우주인터넷용’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8차례 발사를 통해 지구 주변을 도는 저궤도 위성 254기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원웹은 오는 19일에도 위성 34기를 추가로 쏘아 올리고, 내년엔 위성 648기로 우주인터넷망을 완성해 글로벌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원웹은 세계 위성을 관할하는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글로벌 주파수 우선 권한도 확보한 상태다.

원웹은 또 위성 제작을 위해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기업 에어버스(Airbus)와 합작 회사를 만들었다. 위성을 실어 올릴 로켓은 수많은 발사 실적이 입증된 아리안스페이스(Arianspace)·소유즈(Soyuz)와 협력한다. 지상에서 위성 신호를 받아 분배하는 게이트웨이(Gateway)는 미국의 대표적 네트워크 기업 휴즈(Hughes)와 협력하고, 이용자에게 ‘우주인터넷’을 제공하는 건 원웹의 주요 주주이자 사업 파트너인 바르티·유텔샛 등 세계적 통신기업들과 함께할 수 있다.

원웹의 플로리다 공장 외경. /원웹 제공

◇ “한화시스템 통한 아시아 권역 우주인터넷 공급 기대”

한화시스템은 세계적인 위성·안테나 기술을 바탕으로 원웹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웹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되면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모든 사안에 참여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측은 “위성·안테나 기술 기업이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어 한화시스템의 축적된 개발 역량을 활용하여 우주인터넷 시장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 각 지역 기업들과 위성 통신망 구축을 협력하는 원웹의 사업 특성상, 한화시스템을 통한 아시아 권역 위성 인터넷망 공급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웹의 최대주주인 바르티 그룹의 회장 수닐 바르티 미탈(Sunil Bharti Mittal)은 “한화시스템은 전 세계를 연결하려는 우리(원웹)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강력한 파트너(powerful partne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사 UBS도 원웹과 한화시스템의 상호보완적 기술력을 고려해 양 측에 적극적으로 이번 협력을 조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우주 산업 시장 규모를 1조1000억달러(약 1260조원)으로 추정했는데 이 가운데 우주인터넷이 절반 가량인 약 5800억달러를 차지한다”면서 “원웹이 내년에 전 세계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새로운 사업에 가장 중요한 초기 우주인터넷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궤도 위성통신 개념 모션그래픽. /한화시스템 제공

◇ 한화 “뉴 스페이스 본격 진출… ‘스페이스 허브’ 역할 강화”

한화는 이번 투자로 세계 뉴 스페이스(New Space)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현재 정부 주도의 우주 탐사(올드 스페이스·Old Space)가 민간 주도의 우주 사업(뉴 스페이스)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그룹의 우주 사업 컨트롤타워인 스페이스허브(Space Hub)의 역할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출범한 스페이스허브는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직접 팀장을 맡고,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000880)와 인공위성기업 쎄트렉아이(099320)가 참여하고 있다.

원웹의 CEO 닐 마스터슨(Neil Masterson)은 “한화시스템은 원웹의 라인업에 최고급 위성·안테나 기술을 더해줄 수 있다”면서 “우주를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하는 혁신의 여정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