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서 경제 패러다임과 산업 판도가 급변할 전망”이라며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국가간, 기업간 경쟁과 협력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우리도 정부-기업간 긴밀한 팀플레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기업은 새 프론티어에 도전하고, 정부는 규제개혁과 인센티브, 예산지원에 나서는 등 서로 간 팀플레이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홍 부총리와 경제단체장 간담회는 지난 2월, 4월에 이어 올해 3번째 개최됐다.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특히 연구·개발(R&D)과 인프라 마련, 인재 양성에서 정부가 큰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고 산업의 명운을 좌우하며,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분야들이 있다”며 “전략적으로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천문학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도 포지셔닝을 잘해서 과감한 투자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업계 공통으로 쓰이는 탄소포집기술과 철강분야의 수소환원기반 비고로 제철기술, 석유화학분야의 전기가열 납사분해기술, 정유분야의 연소전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R&D 투자에만 막대한 자금 소요돼서 기업이나 산업 혼자서 기술 독자개발이 어렵다”며 “정부-학계, 정부출연연구기관-업계 간 협업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35년부터 국제적으로 내연기관차량 출시 종료 분위기가 짙어지고 서울시도 내연기관차 등록 불허 방침을 발표한만큼, 자동차 부품업계의 산업 구조조정도 지금부터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인프라 스트럭처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혁신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안착하기 위해선 보조금과 그와 관련된 인프라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예를 들어 전기차나 수소차 초기시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선 보조금이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을 매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지원예산이 조기에 소진되거나 대기하는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전기차 보급 대수는 독일의 경우 8.5대인 반면 한국은 2.9대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인프라 지원도 미흡하다”며 “최근 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충전시설 부족이 불편사항인데, 지역주민 반대로 지자체가 충전시설 확충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 편성시 이 분야에 대해 보다 과감한 지원과 인프라를 만들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시제품을 출시 가능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안전성 인증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스마트 리빙랩’을 전국 광역시도에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산업 분야의 인재양성에 보다 과감한 정책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새로운 산업분야의 개척은 활발하지만 관련 분야 인력부족이 심각하다”며 “단기 대책으로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대대적 양성 프로그램’이 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선 현장 인력이 참여해 ‘필요한 역량’을 훈련시키고 선택적 채용이 가능하게 하고, 공신력 있는 민간 양성 기관은 취준생들을 끌어모아 훈련시키고, 정부는 훈련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최 회장은 “지금은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이 한꺼번에 바뀌는 격변기이고,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에 과감한 투자 나서야 할 때인만큼, 경제계가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용기를 주고, 전폭적 지원에 나서 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