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값은 14주 연속 상승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의 시간이 필요한데, 현재 국제유가 하락폭이 크지 않고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가격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첫째주(2~5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4.1원 오른 리터당 1645.1원으로 1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1월 첫째주(리터당 166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6주 연속 매주 10원 이상씩 오르던 주유소 휘발유값 주간 상승폭은 다소 둔화됐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5월 첫째 주부터 오르기 시작해 1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연합뉴스

브랜드 중에선 GS칼텍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가 지난주 대비 3.9원 오른 리터당 1652.7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 외엔 SK에너지(1651.7원), 현대오일뱅크(1644.9원), 에쓰오일(S-OIL)(1642.8원), 알뜰주유소(1620.9원)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지난주 대비 4.5원 오른 리터당 1729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1645원)과 비교해도 84.3원 높은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21.6원 낮은 대구(1623.5원)였다.

반면 국내 휘발유 값의 기준이 되는 국제유가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6월 배럴당 71.6달러로 전월(66.34달러) 대비 5.26달러 상승했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1.3달러 상승하는 데 그쳤다. 8월 첫째주는 71.3달러로 지난주보다 1.7달러 떨어졌다. 석유공사는 “델타 바이러스 확산 지속, 미국 원유재고 증가, 제조업 지표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각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 역시 하락세다. 7월 넷째주 가격을 가장 많이 내린 정유사는 SK에너지로, 전주 대비 67.3원 낮은 1512.1원에 공급가격를 책정했다.

국제유가가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제유가 흐름을 정유사가 공급가격에 반영하는데 한 주, 각 주유소가 저장탱크를 비우고 새로운 공급가격에 기름을 사오는데 1~2주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상승세가 하락 반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하락폭은 미미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뿐더러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아닌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국제유가가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데 걸리는 시차 이상으로 하락세가 지속될 필요가 있고, 하락폭 역시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