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이 올해 최대 실적을 예고한 가운데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 국내외 경쟁당국의 조사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과거 HMM이 불황을 겪을 때는 없었던 문제들로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12일~13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HMM이 2분기에 1조2548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대 실적이었던 올해 1분기 실적(1조193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실적 강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들은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5조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쇼핑시즌을 앞두고 해상 운임이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글로벌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3주 연속 상승하며 지난 6일 기준 4225.86을 기록했다. 1년전보다 3.8배 수준이다.
글로벌 선사도 실적 전망치를 올려잡고 있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Maersk)는 연간 상각 전 영입이익(EBITDA) 전망치를 180억~195억달러(약 22조3000억원)로 상향조정했다. 지난 4월 발표했던 전망치보다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팍로이드(Hapag-Lloyd)도 연간 EBITDA 전망치를 지난해의 4배 수준인 92억달러~112억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올려 발표했다.
HMM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커질수록 임금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HMM 사측과 육상노조(사무직노조)는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차 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오는 13일 2차 조정 회의가 열린다. 육상노조는 지난달 30일 교섭 중지를 선언하고,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냈다. 해상노조(선원노조)도 오는 11일 4차 교섭을 앞두고 있다. 4차 교섭이 결렬되면 육상노조처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HMM 육상·해상노조는 기본급을 25% 인상해 ‘임금 정상화’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회사의 어려움을 고려해 임금을 동결하면서 다른 국적선사와 임급 격차가 크게 벌어졌는데,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이를 맞춰달라는 취지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5.5%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차가 커 중노위 조정으로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노위의 조정이 실패하면 HMM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노위 조정 절차가 2주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안에 파업 가능성이 있다.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각국의 관련 조사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동남아 노선에 취항한 HMM 등 23개 국적·외국적 선사들이 2003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22차례에 걸쳐 운임을 담합했다는 심사보고서를 냈다. 이르면 다음달 전원회의에 회부할 예정이다. 한국~중국 노선과 한국~일본 노선 조사도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도 해상운임 관련 조사를 잇따라 개시했다. 현재 HMM은 컨테이너 반납과 관련된 체화료(demurrage)·지체료(detention) 부과 건과 항만 체선과 관련된 혼잡 할증료(congestion surcharge) 부과 건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HMM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실적에 힘입어 HMM의 목표가 ‘생존’을 넘어 도약이 된 만큼 앞으로도 안팎에서 여러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며 “채권단 관리체제여서 과감한 결정이 어려운 HMM 경영진이 어떻게 위기를 해결할지가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