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전력(015760)이 발전소에서 구매하는 전력의 규모와 가격이 28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 구입 비용이 증가할 경우 그만큼 한전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9일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계통한계가격(SMP)은 ㎾h당 87.54원으로 전년 동월(71.25원) 대비 16.29원(2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평균 SMP가 ㎾h당 49.65원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8개월만에 전력 가격이 2배 상승한 것이다. SMP는 한전이 발전 공기업이나 민간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전력(원자력 발전 제외)의 도매 가격이다.
SMP 상승은 지난달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또 국제 유가 상승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단가가 전년보다 11.0% 상승한 점도 SMP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단가가 비싼 LNG발전을 늘리고 있다.
SMP는 2019년 4월 99원에서 5월 80원으로 떨어진 이후 계속 80원대를 횡보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바닥을 치면서 그해 10월 50원까지 빠졌다. SMP가 88원대로 오른 것은 2019년 4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이달 들어 SMP는 상승세를 유지하며 지난 5일 한 때 ㎾h당 1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달 전력 거래량도 대폭 증가했다. 7월 전력거래량은 504억kWh로 전년 동월(438억kWh) 대비 66억kWh(15.1%) 증가했다. 한전은 이례적인 폭염과 산업용 거래량 증가(6.9%)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SMP 인상과 전력 거래량 증가로 전력거래금액도 대폭 증가했다. 7월 전력거래금액은 5조472억원으로 전년 동월(4조1633억원) 대비 8839억원(21.2%) 증가했다. 이는 역대 7월 중 최고 수준이다.
SMP가 오르면 한전 실적이 하락하고, 반대로 SMP가 내리면 발전공기업 실적이 내려간다. 지난해 SMP가 50원까지 떨어지면서 발전공기업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한 반면 한전은 4조원대 흑자를 보였다. SMP 상승은 통상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SMP는 오르는데 전력 거래량도 함께 늘면서 한전은 실적 하락 압박을 받게 됐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2분기에 1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종합하면 한전은 2분기에 약 9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중 5곳은 한전의 영업적자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7~8월 SMP 상승으로 한전은 3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전의 구매전력비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불리한 영업환경이 이어지며 최대 성수기인 3분기 실적도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