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기존 배터리 관련 업체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2050년까지 600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전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해서 2025년까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생산 능력을 6만톤(t)까지 갖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석유개발(E&P·Exploration&Production) 사업을 각각 독립 회사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Green Portfolio Designer & Developer)’에 집중할 계획인데,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성장세가 가속화되면서 리사이클 성장세가 커질 것”이라며 “배터리 리사이클은 배터리 생산에서 나오는 스크랩과 2025년부터 본격화되는 폐배터리 회수를 기본으로 하는 비즈니스이며, 여기서 리튬과 니켈·코발트·망간(NCM)을 회수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고순도리튬을 선회수하는 차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중국·유럽 등지에서 생산설비를 기반으로 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네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얼티엄셀즈의 전기차 배터리 팩.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스템’을 오창공장에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10만㎞ 이상을 달린 전기 택시에서 뗀 배터리로 만든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사용한다. 100㎾ 충전기로 순수 전기차 GM의 볼트를 약 1시간 충전하면 300㎞ 정도를 달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시스템을 테스트한 후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SDI(006400)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피엠그로우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관련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recycling)’ 사업에 관심이 많다. 삼성SDI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해 성일하이텍과 협업 중이다.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희귀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가진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헝가리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 3사 외에도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화학제를 사용하지 않고 사용 후 배터리에서 탄산리튬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대차와 OCI(456040), 한화큐셀도 폐배터리 기반의 ESS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POSCO)는 폐배터리에서 니켈, 리튬 등을 추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남 광양에 관련 설비를 건립을 준비 중이고 폴란드에도 폐배터리 법인을 설립했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폐배터리 규모 역시 2029년 7만8981개(1만8758t)로 2020년 대비 5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다.

폐배터리 사업은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에도 기여한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추출해 재사용하면 그만큼 금속을 채굴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조윤상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통상 5∼10년 사용 후 폐기되며, 폐배터리 시장은 2028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폐배터리의 리사이클과 관련한 친환경적 자원순환 및 신시장 창출을 위해서 성공적인 재활용 사업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