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현지 대체식품 시장을 집중적으로 둘러본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의 투자 전문 회사인 SK㈜는 최근 중국과 1000억원 규모의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 회장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SK그룹이 대체식품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3일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대체식품 중 아이스크림, 고기, 우유, 치즈 등을 대거 소개했다. 대체식품이란 동물에 기반한 전통적 농축산업 방식 대신 주로 콩, 버섯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이나 첨단 미생물 발효 기술로 개발한 단백질로 만든 식품이다.

최 회장은 이날 게시물에서 “이중 1등은 단연 발효단백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며 브레이브로봇 제품을 치켜세웠다. 이 아이스크림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애니멀 프리(animal-free)’ 제품으로, 미국 발효 단백질 스타트업 퍼펙트데이의 첫 브랜드다. SK㈜가 지난해 약 540억원을 투자한 곳이다. 최 회장은 댓글을 통해 “대체 유단백질로 바닐라 맛을 살리기가 가장 어렵다”며 퍼펙트데이의 기술력을 칭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대체식품을 소개했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최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대체식품을 들여다본 것은 최근 SK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방향성과 대체식품의 지향점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대체 단백질의 경우 대규모 동물 사육 없이 혁신 기술로 단백질을 구현해 농축산업 탄소배출 감축, 식품안전성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ESG 투자로도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 SK 측 설명이다. 최 회장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ESG 경영 전도사다.

최근 SK㈜는 대체식품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퍼펙트데이 투자를 시작으로 대체식품 시장에 진출한 SK㈜는 올해 들어 미국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 파인드에도 약 29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처스 파인드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발견한 미생물과 자체 발효 기술로 대체 단백질 원료 개발에 성공한 곳이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F&B(식음료) 유통기업인 조이비오 그룹과 중국 대체식품 투자 펀드 조성 등에 관한 투자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약 100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식물성 대체 고기, 발효 단백질 등 대체 단백질 생산 기업에 투자된다. SK㈜는 “대체식품 선도 시장인 미국, 영국을 비롯해 초기 시장인 아시아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유망 푸드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아시아 식품 기업, 투자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시아 대체식품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대체식품에 직접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SK그룹의 관련 투자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영국의 대체육 생산 기업 미트리스팜 투자도 추진중이다. 식물성 대체육 분야 포트폴리오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