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과 OCI(456040)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화큐셀은 수년간 적자를 내던 폴리실리콘 생산 사업을 지난해 정리하며 실적 회복에 나섰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폴리실리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폴리실리콘 해외 생산 기지를 남겨뒀던 OCI는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폴리실리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3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009830)의 태양광 부문 자회사인 한화큐셀은 지난 2분기 6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24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3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내고 있다. 적자 규모도 24억원에서 149억원, 646억원 등으로 확대 추세다. 반면 OCI는 2분기 영업이익 1663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3분기(2530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100억원)도 뛰어넘은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OCI 제공

두 회사의 실적 향방은 태양광 산업의 1차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가격 흐름이 갈랐다.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국제 가격은 지난해 6월 1kg당 7달러에서 1년 만에 28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친환경 에너지 열풍이 불면서 태양광 발전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중국 신장 지역의 인권 문제로 미국과 유럽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의 수입을 제한하면서 공급 부족이 발생한 것이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는 연 45만~50만톤(t) 규모인데, 이중 절반가량인 28만t이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사업의 토대가 되는 기초 소재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 순으로 생태계가 짜여 있어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르면 웨이퍼 가격도 올라 셀과 모듈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식이다. OCI는 폴리실리콘을, 한화큐셀은 셀과 모듈을 생산한다. OCI의 경우 올해 2분기 폴리실리콘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칼 사업 부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의 77%인 1270억원을 올렸다. 반면 한화큐셀은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분만큼 모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적자 폭이 커졌다.

한화큐셀은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세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화솔루션은 폴리실리콘에서 모듈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 수직 계열화를 위해 2011년 연간 생산 규모 1만t의 폴리실리콘 공장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투입된 자금은 8300억원이다. 2014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고, 2015년 13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 규모를 1만5000t까지 늘렸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시작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했고, 이에 따른 연간 적자가 500억~800억원까지 발생하자 결국 지난해 2월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당시 OCI 역시 2019년에만 18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타격을 입었다. 이에 군산에 위치한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하고, 일부 생산라인만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라인으로 바꿨다. 다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 폴리실리콘 공장의 생산 능력은 오히려 기존 1만3800t에서 3만t으로 확대했다.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의 30%가량이 전기요금에서 발생하는데,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 대비 전기요금이 3분의 1 수준이라 원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추가적인 설치 수요 급등으로 모듈 가격 급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추가적인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 역시 "모듈의 원자재인 웨이퍼 가격은 최근 하락 방향으로 전환됐다"며 "9월 이후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며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