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을 운반하는 믹서트럭(레미콘트럭) 면허 신규등록이 14년째 동결되면서 레미콘 중소 제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믹서트럭 부족으로 운송 단가는 계속 오르고 공사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조합 측 입장만 반영해 트럭 공급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레미콘믹서트럭은 레미콘 공장에서 시멘트, 골재, 물 등을 섞어 만든 레미콘을 운송하는 수단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믹서트럭 수는 2009년 이후 2만6000여대에 머물러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가 건설기계 공급과잉과 노동자 보호 등을 이유로 2009년 이후 믹서트럭 신규 등록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년에 한 번씩 믹서트럭의 증차 여부를 결정하는데, 2019년에 이어 올해도 레미콘 운반차량 면허 등록을 제한하면서 믹서트럭 수는 14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걷게 됐다
레미콘 제조업계는 이번 위원회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내외 건설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믹서트럭이 적어도 3000대가량 부족한데, 정부가 레미콘 트럭 기사(운반업자)들이 소속된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입장만 반영해 트럭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미콘 시장은 크게 제조사와 운반업차로 나뉘어 있다.
레미콘 제조사들로 구성된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콘크리트믹서트럭의 신규등록이 제한되는 동안 적기에 공급돼야 할 레미콘이 유일한 운반수단인 믹서트럭 부족으로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며 "운반비도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납품가능 시간도 점점 줄어드는 데다 레미콘 납품단가 인상도 쉽지 않다"고 했다.
레미콘제조업계는 특히 제3기 신도시 개발·공공주도 3080 정책 등 대형 개발을 앞둔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장애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국 건설 현장에 믹서트럭 2만9200여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국토부에 따르면 레미콘 운반차량 면허는 지난 3월 기준 2만6106대다. 3100여대가 부족한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조사한 결과에서도 레미콘 중소기업 10곳 중 7곳(71.3%)이 출하능력 대비 보유·계약 중인 믹서트럭 수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또 운반비는 2009년에 비해 68.6% 증가했다. 레미콘 가격이 10.4% 오른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법적으로 증차가 어려워 운송기사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운송수단 부족으로 납품이 지연되고 있는데, 조만간 3기 신도시 사업 등 대규모 건설사업이 시작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위원회 구성 역시 현장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원 4명 중 수급조절 반대 인사는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1명뿐으로 상당히 편향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인사업자인 레미콘 운수업자들은 이번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전체 차량 가동률이 60%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면허를 제한해 믹서트럭 수를 늘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수급조절을 넘어 오히려 있는 차량 수도 줄이는 총량제 도입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토부 역시 앞서 3월 초부터 전문기관 연구용역에 착수해 건설기계 수급 추이를 분석하고 전문가 의견수렴과 업계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향후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보완대책으로 ▲수급조절 대상의 교체등록은 3년 이내 연식의 신차만 허용 ▲말소 장비의 교체등록 기한을 1년으로 제한 ▲사실상 사용하지 않거나 안전을 위해할 수 있는 장비는 직권으로 말소 등을 제시했는데, 이와 관련한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은 하반기 중 개정할 계획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조치가 영세한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현장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