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기내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눈가 주름이 쉽게 생기는데 이 제품이 효과가 좋더라고요."
지난 21일 제주로 향하는 에어서울 RS921편의 기내. 승객 앞에 놓인 개인 모니터에서 객실 승무원이 인기 브랜드의 화장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나왔다. 에어서울이 기내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객실 승무원이 직접 사용해 보고, 사용 후기를 승객에게 전달하는 이른바 '기내 홈쇼핑'이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승무원이 실제 사용해본 제품을 소개하는 만큼 20~30대 승객들의 반응이 좋다"라며 "앞으로도 승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항공업계가 1명의 승객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기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항공사들이 너도나도 초저가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가격을 넘어 다양하고 이색적인 서비스 제공을 통해 승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089590)은 지난달부터 일부 국제선에서만 제공됐던 비즈니스 좌석 서비스 '비즈니스 라이트'를 김포~제주 노선에 도입했다. 해당 좌석은 일반석 항공기 복도를 중심으로 기존 '3-3' 형태의 좌석배열을 '2-2' 형태로 바꾸고 좌석 간격도 42인치(107cm)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국내선에 비즈니스 좌석을 도입한 것은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초다. 가격은 편도 기준 6만~8만원으로, 이코노미좌석(4000원~6만원)보다 다소 비싸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초대형 여객기인 A380 등을 활용해 한국, 스페인, 호주, 대만 콘셉트의 무착륙 관광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5월 세 차례 진행했던 호주 콘셉트 관광 비행의 경우, 탑승수속 카운터와 게이트에서 호주 대사관이 제공하는 친환경 텀블러와 메신저 백, 호주의 유명 음료 세트, 치약 등 기념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또 탑승자 전원에게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 어메니티 키트를 제공했다.
최근엔 일명 '펫팸족'(반려동물 동반가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내 서비스도 등장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올해부터 반려동물과 동반 탑승하는 승객에게 글로벌 사료업체 ANF의 사료와 장난감을 증정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의 이름이 적힌 기념 탑승권과 반려동물을 위한 항공사 스카프와 유니폼도 제공한다. 에어부산(298690)도 반려동물 동반 승객에게 반려동물 이름이 적힌 전용 탑승권을 제공하고 무게당 요금을 없앤 반려동물 무료 항공권을 올해부터 도입했다.
비행기 밖에서도 항공사들의 다양한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마포구에 승무원이 직접 운영하는 기내식 카페를 연 제주항공은 최근 2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일명 '여행맛'이란 이름의 기내식 카페에선 승무원들이 직접 음료를 제조하고, 불고기덮밥 등 기내식 인기 메뉴를 판매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처음엔 이벤트성 매장이었지만,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조만간 2·3호점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진에어(272450)는 아예 집에서 기내식을 즐길 수 있는 냉장 간편식(HMR)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12월 출시 한 달 만에 1만개가 팔리자, 메뉴를 늘려 최근엔 호주산 쇠고기 안심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신메뉴를 출시했다.
티웨이항공은 항공 관련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객실 승무원 체험 프로그램 '티웨이 크루 클래스'를 일반인 대상으로 확대했다. 김포공항에 있는 티웨이항공 자체 훈련센터에서 비상탈출 등 기내 비상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비상탈출, 도어 슬라이드, 응급처치, 객실 서비스, 시뮬레이터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하루 일정의 '베이직코스'의 요금은 21만원 수준이다.
항공사들이 앞다퉈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가 크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상당수 운항이 중단된 가운데, 국내선으로 공급이 몰리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항공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들이 국내선에 투입한 항공편은 총 9만9640편으로 집계됐다. 7만4856편이었던 작년 상반기 대비 33%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전이었던 2019년 상반기 운항편(9만6201편)보다도 약 3% 많은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착륙 관광비행이나 기내식 카페 모두 수익보다는 브랜드 홍보 목적이 크다"라며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1만원도 안 되는 항공권을 내놓는 상황에서 이색 서비스와 브랜드 인지도가 항공사를 선택하는 새 기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