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2분기도 수백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운영 자금까지 바닥나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고정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보유 항공기도 잇따라 반납하는 상황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089590)은 다음 달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액면가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오는 9월 1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1925억원에서 385억원가량으로 축소한 뒤 증자를 통해 자본 잠식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번 감자 후 유상증자 계획은 재무구조를 개선해 향후 회복시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부산(298690)도 오는 10월 15일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보통주 1억1185만주를 신규 발행해 25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1463억원은 항공사 운영자금으로, 1036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020560)도 현재 경영난에 빠져 있지만, 979억 원을 들여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 화물 사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올해 4월 선제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사모펀드 '제이케이엘(JKL)파트너스'가 설립한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를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도 오는 9월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진에어(272450)도 조만간 자본 확충에 나설 전망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현재 여러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CC들은 리스료라도 줄여보기 위해 보유 항공기도 반납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월에 1대, 지난 3월에 2대를 반납해 비행기 수가 44대에서 41대로 줄였다. 진에어도 올해 총 5대를 반납해 기존 28대에서 23대로 축소했다.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은 작년 하반기 각각 4대, 1대를 반납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객기 반납은 경영난에 빠진 항공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라며 "그만큼 경영 사정이 나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LCC들의 재무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년 사이 부채비율이 500%에서 700%로 뛰었다. 올해 들어 자본총계가 줄면서 처음으로 부분 자본 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진에어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360%에서 1800%로 뛰었고, 1년 만에 자본 잠식 상태로 전환됐다. 문제는 올해 2분기에도 수백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면서 재무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따르면 올해 2분기 LCC들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제주항공 753억원 ▲진에어 557억원 ▲티웨이항공 390억원 등이다.
정부는 항공업계 사정을 고려해 당초 지난달 종료될 예정이었던 항공업계 유급 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9월 말까지 3개월 연장했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항공 여객 수요 회복이 여전히 요원한 만큼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3월 국토교통부는 LCC에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요청에 따라 수시로 재무 상황에 대해 보고를 올리고 있으나, 올해 초 약속한 금융 지원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라며 "분기마다 수백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어 유상증자 등 자구 노력에도 오래 버티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