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이 전력수급 경보 발령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근무 태세에 들어갔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탈원전 정책의 여파에 이른 무더위와 산업생산 증가가 겹쳐 이번 주 내로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 및 5개 발전자회사, 한국전력거래소, 에너지공단 등은 21일 긴급회의를 열고 전력수급 경보 등급에 따른 조치 사항을 점검한다. 이들은 단계별로 경보 등급을 발령하고 대응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모의훈련도 실시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장 수리로 가동을 멈췄던 신고리 4호기의 재가동을 위해 전날 특별 운영팀을 현장에 급파했다. 정부는 전력난 심각 우려에 고장 수리 등으로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조기에 가동키로 했다. 한수원은 이르면 21일 신고리4호기 재가동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전력수급 경보는 예비력 수준에 따라 ▲준비(550만㎾ 미만) ▲관심(450만㎾ 미만) ▲주의(350만㎾ 미만) ▲경계(250만㎾ 미만) ▲심각(150만㎾ 미만) 순으로 구분된다. ‘관심’ 등급부터 비상 조치가 시행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절전에 들어가고, 전력 사용이 많은 민간 사업장에도 절전을 요청하게 된다. 주의 단계부터는 심각한 전력 부족 상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냉방을 사실상 중단하고 민간 사업장에도 보다 강력한 절전 요청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정부는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전력난에 대응한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계·심각은 국가 재난 단계다. 전국적으로 민방위 재난경보(사이렌)를 가동하고 TV, 라디오 등에 재난방송을 실시한다. 비상절전과 순환정전을 준비·시행한다. 순환정전은 정전시 타격이 덜한 시설부터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다. 1순위는 주택과 아파트, 2순위는 다중이용이설과 산업용 일반, 3단계는 농어업·축산업과 대형 민간 사업장 등의 순으로 정전을 실시한다. 2013년 8월12일 예비전력이 241만㎾(예비율3.2%)까지 떨어지면서 전력수급경보 3단계인 ‘주의’가 발령된 바 있다.

이번 주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육박하는 등 폭염이 예상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예비전력은 4.0∼7.9GW, 예비율은 4.2∼8.8%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업계에서는 2013년 8월 이후 8년만에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모의훈력을 실시하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간 것도 경보 발령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에너지공기업은 매년 여름철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을 가정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전력난이 특히 심각해지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훈련을 챙기고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평년보다 훈련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2011년 9·15 순환정전 같은 전력 대란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1년에는 8월 하순 예비율이 7%대로 하락했다가 9월 중순 늦더위가 닥치자 5%대로 급락했다. 이에 당국은 전국에서 일시에 전기가 끊기는 대정전(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순환 정전을 시행했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가동을 잠시 중단했던 원전을 재가동하기 때문에 당장 경계·심각과 같은 심각한 경보는 발령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발전소 고장으로 전력 공급이 줄어드는 비상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어두고 점검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