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하락으로 페루 8광구 사업을 정리 중인 한국석유공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SK이노베이션(096770)이 페루 정부에 수십억원의 벌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광구 사업으로 파괴된 환경을 원상복구하기 위한 비용이다. 문제는 앞으로 벌금을 언제까지, 얼마나 더 내야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환경오염이 확인될 때마다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광구 사업을 대표 운영하는 아르헨티나 기업이 벌금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페루 8광구 사업 앞으로 책정돼 있는 유보액 중 약 50억원을 3분기중 추가 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페루 환경평가감독청(OEFA)이 부과한 벌금 등으로 실행 예산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측은 3분기 중 내야하는 벌금 규모에 대해 영업비밀 준수 의무로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6월까지 석유공사가 낸 벌금이 321만달러(약 37억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예산의 상당 부분이 벌금 납부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벌금은 페루 8광구 사업 청산에 따른 것이다. 페루 8광구는 아마존 밀림 지역 마라논 분지에 위치한 유전이다. 1974년부터 생산을 시작, 1996년 아르헨티나 석유기업 플러스페트롤과 한국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매입했다. 플러스페트롤이 지분 60%로 대표 운영권자를 맡고 있고, 석유공사(20%)와 포스코인터내셔널(11.66%), SK이노베이션(8.33%) 등 한국 컨소시엄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사업 기한은 2024년까지지만, 최근 원유 생산량이 급감해 지난해 말 청산을 결정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업권을 이어받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광구 수명이 오래된만큼 사업이 이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페루 정부는 페루 8광구 사업이 종료될 기미를 보이자 이를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환경오염 부담금 명목의 벌금을 지난 1월부터 플러스페트롤 앞으로 부과해왔다. 이 벌금은 한국 컨소시엄도 지분율대로 낸다. 지분 20%를 보유한 석유공사가 반년 간 321만달러를 냈기 때문에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에 각각 187만달러(약 21억원), 134만달러(약 15억원)의 벌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컨소시엄이 납부한 벌금만 642만달러(약 74억원), 전체 사업권자의 벌금 총액은 1605만달러(약 184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벌금을 언제까지, 얼마나 더 내야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페루 정부가 오염된 곳을 발견할 때마다 벌금을 추가로 청구하는 식인데, 완전 복구까진 갈 길이 멀어 앞으로 벌금을 더 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컨소시엄 관계자 역시 “현재 총 얼마를 (벌금으로) 내게 될 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대표 운영하는 플러스페트롤은 페루 정부가 이전에 광구를 운영했던 회사들의 몫까지 환경 오염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페루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플러스페트롤이 벌금 반환 소송 등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틸 경우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어 일단 벌금은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소시엄 측은 자원 개발 사업을 청산할 때 해당 국가가 사업자들에게 벌금을 매기는 행위는 흔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통상 석유 생산량의 최대 80%를 해당 국가 정부가 가져가고, 나머지 20%를 사업자가 갖는다”며 “광구 사업이 종료되면 정부 입장에선 큰 수익원이 사라지는만큼 원상복구 과정까지 벌금을 부과하며 최대한 수익을 올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벌금 액수가 커질수록 페루 8광구 사업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의 경우 페루 8광구 사업에 1996년부터 현재까지 총 11억3000만달러(약 1조2959억원)를 투자해 12억7000만달러(약 1조4564억원)를 회수했다. 25년간 12%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연평균 0.48%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