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가 국내외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ESG 중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돼 탄생한 LS그룹은 사촌경영을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셋째), 구평회(넷째), 구두회(다섯째) 3형제 집안이 돌아가면서 경영하는 식이다. 오너 일가는 그룹의 양대 지주사인 ㈜LS(006260)예스코홀딩스(015360)의 지분을 각각 30% 넘게 보유해 흔들림 없는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선과 도시가스·액화석유가스(LPG) 사업이 중심이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홍 회장은 초대 LS그룹 회장을 맡아 10년간 경영한 뒤, 구평회 E1(017940)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열 현 회장에게 지난 2013년 그룹 총수직을 이임했다. 내년에 10년차를 맞이하는 구자열 회장 역시 이르면 올해 말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에게 자리를 내줄 예정이다. 구자은 회장은 LS그룹의 3기 체제 준비를 위해 지난 2018년부터 ㈜LS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세 집안의 3세 역시 현장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구자은 회장에게 최소 10년의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3세 승계 작업은 시일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이 2004년 4월 서울 아셈타워에서 입주식을 진행하고 있다. 구평회(왼쪽부터) E1 명예회장,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LS그룹 제공

◇ ㈜LS·㈜예스코홀딩스 양대 지주사 체제… 오너 일가 지분 30% 이상

LS그룹은 크게 세 부문로 나뉜다. 전선과 비철소재, 산업기계 사업을 보유한 ㈜LS와 도시가스 사업을 담당하는 예스코홀딩스, 액화석유가스(LPG) 사업 회사인 E1 등이다. ㈜LS와 예스코홀딩스는 지주회사다. ㈜LS 지분은 3형제 집안이 모두 갖고 있고, 예스코홀딩스는 구태회·두회 집안이, E1은 구평회 집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 지주사인 ㈜LS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보면, 구자은 회장이 3.63%로 가장 많고, 구자열 회장의 장자인 구동휘 E1 전무가 2.99%,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1.94%, 구자열 회장이 1.87% 등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6명의 총 지분은 32.6%에 달한다. 46.7%를 오너 일가가 보유한 LG그룹만큼은 아니지만, LS그룹 역시 오너 일가 지분이 상당한 셈이다.

㈜LS가 89.4% 지분을 보유한 LS전선은 LS그룹의 ‘맏형’으로 꼽힌다. 초창기 그룹명이 ‘LG전선그룹’이었던 만큼 전선사업은 LS그룹의 정체성이다. 초대 LS그룹 회장이었던 구자홍 회장의 동생 구자엽 회장이 LS전선을 이끌고 있다. 다만 매출 규모로 따지면 LS니꼬동제련이 LS전선보다 우위다. 지난 1분기 기준 LS니꼬동제련과 LS전선은 각각 2조2026억원, 1조33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S니꼬동제련은 ㈜LS와 일본 측 컨소시엄 JKJS의 합작사로, ㈜LS가 지분 50.1%를 소유 중이다. 구자열 회장의 동생 구자균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이외 전력기기·시스템 제조사인 LS일렉트릭(46%), 기계·부품 제조사인 LS엠트론(100%), 부동산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LS I&D(92.2%), 국내외 비철금속 거래를 중계하는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100%) 등도 ㈜LS의 계열사다.

그래픽=이은현

LS그룹의 또다른 지주사인 ㈜예스코홀딩스는 2018년 도시가스사업을 분할해 ㈜예스코를 신설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곳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64.23%에 달하는데, 이중 ㈜예스코홀딩스의 자사주(28.9%)를 제외하면 오너일가가 35.3%를 보유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의 지분이 13.3%로 가장 많고, 구두회 회장의 장녀이자 구자은 회장의 누나인 구은정 태은물류 대표가 5.28%, 구자엽 회장이 5.28%를 보유 중이다.

㈜LS, ㈜예스코홀딩스 두 곳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E1은 한때 지주사 전환설이 제기되곤 했지만 내부적으론 지주사 전환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E1의 경우 막내인 구평회 집안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너 일가 지분율이 45.33%로 가장 높다. 구자열 회장이 12.8%, 구자열 회장의 동생인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과 구자용 E1 회장이 각각 10.1%, 9.77%를 갖고 있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LS그룹 제공

◇ 10년 주기로 사촌에 경영권 승계… 이르면 올해 말 구자은 회장 취임

LS그룹은 이르면 올해 말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을 ㈜LS의 3대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구자은 회장의 승계는 예정된 수순이다. ‘태·평·두’ 3형제는 LS그룹이 출범할 때부터 공동 경영하기로 약속했고, 회장직도 직계 자손이 아닌 사촌에게 승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회장은 10년간 그룹을 이끈 뒤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회장에게 자리를 넘기며 약속을 지켰다.

내년에 그룹 총수에 오른지 10년차를 맞이하는 구자열 회장 역시 이같은 원칙을 이어가기 위해 수년 전부터 구자은 회장의 승계를 준비해왔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2018년 ㈜LS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2019년부터는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그룹 디지털 혁신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 중이다. 구자홍 회장과 구자열 회장은 새 회장에게 지배력을 몰아주기 위해 지분율도 조금씩 처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의 경우 확고한 사촌 경영 원칙 덕분에 승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은 몇 안되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조선DB

구자은 회장은 오너 2세로는 마지막 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해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차기 승계를 대비하고 있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엠트론 대표이사 부사장,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 등이다. 구본혁 사장과 구본규 부사장은 각각 2003년, 2007년 LS전선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구동휘 전무와 구본권 상무는 2013년, 2016년 합류했다.

3세가 첫 그룹 회장에 오르는 시점은 최소 10년 후가 될 것으로 LS그룹 안팎은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역대 회장 모두 10년간의 시간이 보장됐다는 점에서 구자은 회장 역시 최소 10년은 LS그룹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구자은 회장이 ㈜LS 회장으로 올라가면서 공석이 되는 LS엠트론 회장직은 아직 3세가 맡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LS그룹 오너 일가는 통상 계열사의 사장, 부회장, 회장을 거쳐 ㈜LS 회장에 오르는데, 아직 2세들이 각 계열사 회장직을 맡고있는 만큼 3세가 회장에 선임되기엔 항렬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3세들이 1970~1980년대생이라는 점에서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

아직 10년의 시간이 남은만큼 3세 중 차기 총수 후보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손인 구동휘 E1 전무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순서상 구태회 명예회장 집안이 다음으로 그룹을 이끌어야 하지만,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 대표가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동휘 전무의 ㈜LS 지분 역시 구자은 회장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가장 먼저 경영수업에 참여했고 현재 직급도 가장 높은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의 경우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이지만, 3남인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은 LG그룹이 뿌리인만큼 경영권 갈등 소지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