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에 따라 수소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등 수소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도시가스 업체들이 잇달아 수소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인 삼천리(004690)를 비롯해 대성에너지(117580), 경동도시가스(267290) 등은 최근 수소발전소나 수소차를 위한 충전소 사업을 위한 설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에너지 기업으로서 갖고 있던 노하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소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삼천리는 도시가스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발전소에 제공하는 방식의 수소 발전소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폐자원에너지 재생업, 바이오가스 발전업 등을 주로 했던 계열사 삼천리ES가 수소 발전소 시공 사업을 맡았다. 삼천리ES가 지금까지 건설한 수소 발전소 규모는 지난달 기준 284㎿h(메가와트시)로, 여기서 나오는 전기는 44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인천에 있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의 연료전지 발전소가 대표적이다.
모기업 삼천리는 보유하고 있는 도시가스망을 사용해 각 발전소에 수소 추출을 위한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삼천리ES가 짓고 있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삼천리가 제공하는 도시가스를 물과 반응시켜 추출한 '개질수소'를 사용한다. 이 수소는 연료전지에 들어가 산소와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달리 95%가 넘는 가동률이 장점으로 꼽힌다.
SK E&S의 산하 도시가스 업체들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회사인 코원에너지서비스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손잡고 1187억원을 들여 내년 서울 강동구에 20㎿ 규모의 발전소를 준공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는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에 9.7㎿급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도시가스도 지난해 9월 파주 연료전지 발전소(8.1㎿)를 준공해 운전에 들어갔다.
도시가스업체들은 발전소 외에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수소차를 위한 충전소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대성에너지는 지난해 8월 대구 달서구에 성서 수소충전소를 열었다. 대구에 문을 연 첫 수소충전소로, 수소승용차 기준 시간당 5대까지 연속 충전이 가능하다. 울산과 경남 양산시를 기반으로 하는 경동도시가스 역시 2018년부터 울산과 양산에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도시가스 업체가 수소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모태 사업인 도시가스 시장이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도시가스 보급률(주민등록세대 수 대비 공급가구 비율)은 84.9%, 수도권역만 떼어놓고 보면 92.4%에 달한다. 이에 2007년까지 큰 폭으로 성장한 도시가스 판매량은 2008년 이후 사실상 정체돼 있다. 삼천리의 경우 지난 5년간 매출은 ▲2016년 3조600억원 ▲2017년 3조2950억원 ▲2018년 3조4581억원 ▲2019년 3조4616억원 ▲2020년 3조2138억원 등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바탕으로 액화천연가스(LNG)에 이어 수소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과 수소연료전지를 양축으로 수소를 526만톤(t) 이상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기존 주유소 등을 수소충전소와 융복합 충전소로 적극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에 도시가스업체들의 수소충전 사업 진출이 힘이 실렸다는 설명이다.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탄소중립 선언 등 친환경 기조에 따라 도시가스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접목한 종합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면서 "아직 수소산업 경제성은 부족하지만, 향후 수소차 보급 급증 등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수소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