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089590)이 주식 액면가를 5분의 1로 감액하는 무상감자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다.

7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감자 후 회사의 자본금은 1924억8008만원에서 384억9962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번 무상감자는 액면가액 감액 방식이다. 통상적인 발행주식 감소와 달리 감자 후 발행주식수는 변동이 없다. 감자는 오는 8월 13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매매거래 정지는 8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다. 신규상장 예정일은 9월 10일이다.

제주항공 승무원이 여객기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은 무상감자 후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오는 8월 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액면가 감액 감자 건이 승인된 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상증자에 대한 세부사항을 확정할 예정이다. 주주명부폐쇄 예정일은 이달 22일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번 감자 및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자본잠식 및 관리 종목 지정 등 경영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2019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자본잠식률은 29%다. 제주항공은 올해 들어 자본총계가 줄면서 처음으로 부분 자본 잠식에 들어간 것인데, 국토교통부는 1년 이상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 이후에도 자본잠식률 50% 이상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도 1년 사이 483%에서 705%로 뛰었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총 1761억원에 달한다. 유동성 리스 부채 1138억원까지 합치면 제주항공의 상환 차입금은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 여객기.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은 일련의 조치를 통해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액면가 5대 1의 감자는 주식수나 자본 총계 등에는 변함이 없고 주식병합과는 달리 주식수도 변동이 없어 주가에 인위적인 조정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자 후 추진될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는 애경그룹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자세한 계획은 AK홀딩스 이사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번 감자 후 유상증자 계획은 재무구조를 개선하여 향후 회복시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노력”이라며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요청 등 재무적인 노력도 지속해 조기에 안정적인 회사 운영의 기틀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8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