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선 ESG(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 경영 강화가 중요합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이사회에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효성은 수소 등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꾸준한 사회공헌과 여성 이사회 의장을 국내 기업 최초로 선임하면서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회장은 친환경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100년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 효성,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수소액화플랜트 기공
과거의 효성그룹은 사실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창업 이후 섬유, 화학, 중공업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 경영에 대한 투자 및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면서 효성도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조 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만나 수소 경제 활성화에 뜻을 모았다. 오는 9월에는 ‘수소기업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효성그룹 계열사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변압기 등 전력 기기를 주로 생산해온 효성중공업(298040)은 글로벌 가스·화학회사 린데와 함께 지난달부터 울산 남구에 연 1만3000톤(t)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액화플랜트를 짓고 있다. 이 공장은 단일 수소 플랜트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2023년 5월 가동이 목표다. 효성중공업은 향후 5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입해 용연 액화 수소 플랜트의 연간 생산 능력을 3만9000t까지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2024년까지 액화수소 충전기술·설비를 국산화하는 한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그린수소 추출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에 들어가는 연료탱크에 쓰이는 탄소섬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4배 가볍고 10배 단단하다. 수소차의 연료탱크로 각광받는 이유다.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생산량을 연 2만4000t까지 늘리기 위해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효성첨단소재 전북 전주공장의 탄소섬유 생산라인의 생산량은 4000t 규모로, 생산 규모를 6배 늘리는 셈이다.
효성은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효성티앤씨(298020)는 버려진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을 개발해 국내 대표 친환경 섬유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엔 버려진 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오션’을 출시했다.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에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리젠의 쓰임새도 늘어나고 있다. 효성은 플리츠마마를 시작으로 친환경 스타트업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 조홍제 창업주 ‘산업보국' 정신으로 국가유공자 후원
효성은 사회 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故)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애국선열에 대한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충남 계룡시 육군본부를 찾아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에 1억원을 전달했다.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은 생활이 어려운 6·25 및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의 주거 환경 개선을 돕는 프로젝트로, 효성은 2012년부터 10년째 후원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이 사업을 통해 370여 명의 참전용사에게 주거 공간이 제공됐다.
효성은 경기 파주에 있는 중증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업인 에덴복지재단과도 2014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효성이 에덴복지재단을 통해 후원하는 일명 ‘컴브릿지’ 사업은 폐기처분 되는 컴퓨터·노트북·프린터·스캐너 등의 기기를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부품을 분해하는 작업에 장애인을 채용하는 사업이다. 효성은 지난해까지 약 8000대의 전산기기를 기증했으며 올해에도 후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효성은 해외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효성티앤씨의 해외 공장이 있는 베트남에서 ‘미소원정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과 국내 병원 의료진 및 효성 임직원으로 구성된 미소원정대는 베트남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무료진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베트남에서 미소원정대의 무료진료를 받은 주민만 1만5000명이 넘는다.
◇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첫 여성 이사회 의장 선임
효성그룹은 지난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중공업·효성화학(298000) 등 4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사업부문별 독립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난해 말 효성캐피탈 지분까지 매각하면서 현재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한 상태다.
조 회장은 2018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다. 이사회 의장직 자리가 대표이사가 아닌 외부에 개방된 것은 1966년 그룹 창립 이래 처음이었다. 올해 3월에는 이사회 의장직 자리에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선임했다. 주요 그룹의 이사회 의장에 여성이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재계에선 여성 환경전문가를 그룹 의사결정단계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한 것을 두고 지배구조 부문의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조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조 회장은 더 나아가 올해 4월 ESG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사회 내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담당해 온 투명경영위원회를 ESG경영위원회로 확대·개편한 것이다. ESG경영위원회는 그룹 내 ESG 관련 정책 수립뿐 아니라 환경·안전·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투자 및 활동 계획 심의를 담당한다. 여기에 주요계열사에도 잇따라 대표이사 직속 ESG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효성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효성 5개사는 ESG 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았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한층 더 노력해 환경보호와 정도경영, 투명경영을 선도하고,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을 추구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받는 효성이 되도록 하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