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간 경제계의 60%가 올해 반복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의 발발로 인해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올해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 세계 주요 18개국 대표 경제단체 및 국제기구·경제협의체를 대상으로 지난 5~6월에 실시한 '세계 경제 결정적 순간: 코로나 2년차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대상은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GDP의 52%를 차지하는 주요 18개국과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경제권을 대표하는 국제기구들이다.
조사 결과 세계경제단체의 84.1%는 코로나19의 반복적인 국지적 재발을 올해 세계경제의 특징으로 꼽았다. 47.4%는 코로나19의 국지적 발발로 인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고, 10.5%는 장기적으로도 경제회복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총 57.9%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회복이 미뤄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세계경제단체 52.4%는 국제통화기금(IMF)가 예상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6%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했고,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예상한 경제단체도 38.1%로 집계됐다. 이는 백신 접종률에 따라 각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격차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전경련은 "경제단체들이 각 지역별·국가별 경제 현황과 세계경제와의 격차를 파악하고 있는 점, 기업 현장과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는 점 경제단체들의 현실적인 체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경제단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자국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 국가의 47.7%는 세계화·다자주의가 계속 손상될 것으로 예측했고, 9.5%는 지난해,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즉 57.2%는 코로나19로 손상된 세계화·다자주의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42.8%는 개선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미중갈등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질서와 관련해서는 절대 다수인 90.5%가 미중 경제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미중 사이의 한국기업의 입장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응답 국가의 47.6%는 미국이 첨단산업을 주도하고 전통제조업의 공급사슬은 중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가 양분화될 것으로 봤다. 42.9%는 전방위적인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를 전망했다.
미국이 견인하는 세계 경제질서가 강화될 것으로 본 응답자는 9.5%에 불과했다. 전경련은 "중국이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지난해 코로나19 시국에서 플러스 경제성장을 이룬 점이 코로나 발생 이후 가장 예상치 못했던 사실 중 2위(22.6%)로 꼽혔다"며 "세계 각국이 중국의 부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국 공급망에 다소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이 57.1%로 절반을 넘었고,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38.1%로 나타났다. 공급망 변화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국내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오프쇼어링(29.2%), 제조시설이 본국에 인접한 국가로 재배치되는 니어쇼어링(25.0%) 등 해외 공급망이 적극적으로 개척·다변화되고 있었다. 기업이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16.6%) 형태도 나타났다.
이 외에 세계경제단체는 정부의 코로나 대응 기업 지원책이 실제로 도움이 됐고, 올해까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부양책이 종료되면 예상되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정부 인공호흡으로 버텨왔던 기업들의 도산'이 꼽혔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들과 접촉이 많은 주요국 경제단체에서 느끼는 체감 경제전망이 국제적인 공식 통계보다 비관적으로, 올해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은 아직 조심스럽다"며 "코로나 정부지원 종료 후 기업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는 점을 보면 실물경제 현장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어 기업 생존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