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공장에 머물던 로봇이 언제부턴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로봇은 ‘홍반장’처럼 발레파킹은 물론 요리사와 바리스타, 배달원을 넘나들며 인간의 일상에 편리를 안겼다. 생산성 향상 목적이 강했던 산업용 로봇도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까지 챙기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겪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로봇의 존재 가치를 크게 키우는 계기였다. ‘이코노미조선’이 인간과 로봇의 공생(共生)을 주제로 커버 스토리를 기획한 이유다. [편집자 주]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조끼 형태의 근력 보상 로봇 ‘벡스’. /현대차

기아 공장에서는 올해 안에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일하는 근로자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웨어러블 로봇은 군사용으로 개발돼 왔지만 제조 현장에도 투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가 도입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두 가지 형태로 조끼형 ‘벡스’와 의자형 ‘첵스’다. 벡스는 장시간 팔을 들어 올려 작업하는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성을 높여주는 근력 보상 로봇이다. 최대 5㎏f(킬로그램힘)의 힘을 내는데, 이는 일반 성인이 3㎏ 공구를 들어도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는 수준이다. 무게는 2.5㎏이고, 따로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첵스는 작업자의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무릎관절 보조 로봇으로 1.6㎏ 경량형이지만 최대 150㎏까지 지탱할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산업용 로봇이 절삭·조립·용접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머물지 않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까지 책임지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2017년 1547억원에서 2026년 5조6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기아를 시작으로 국내 제조 현장에 처음 투입되는 두 웨어러블 로봇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로템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함께 개발했다. 산업용 로봇의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업계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BMW·아우디도 로봇 업체와 공동 개발 등을 통해 외골격 로봇을 도입했거나 시범 운용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6월 13일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찾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인 미국 로봇 전문 업체로, 자율주행과 인지⋅제어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2012년 로봇 제작 업체 ‘키바’를 인수한 것도 물류센터에 투입할 로봇을 자체 제작하기 위해서다. 아마존 물류센터에는 이송용 로봇 키바가 돌아다닌다.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담은 박스(토트)를 특정 구역까지 옮기는 역할을 한다. 6월 14일에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될 새로운 동료 로봇 ‘어니’가 공개됐다. 로봇 팔 모양을 한 어니는 키바가 가져온 토트를 꺼내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작업자가 직접 꺼낼 필요가 없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아마존 측의 설명이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안전사고를 50% 줄이고, 이를 위해 올해에만 관련 프로젝트에 3억달러(약 339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온 일본의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독일의 쿠카(중국 메이디가 2017년에 인수), 스위스의 ABB 등 글로벌 ‘빅 4’도 산업용 로봇의 혁신을 이끈다. 화낙은 자동차,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공장에 투입된 로봇의 전력량, 떨림 및 진동, 운행 주기 등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수집하고,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6년엔 미국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와 기술 제휴에 나서기도 했다.

이승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응용연구 부문 연구원은 “산업용 로봇 기업들이 단순히 로봇 하나의 피지컬 능력 개발에서 나아가 수백 개의 로봇이 투입된 공장 전체를 하나로 보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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