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수도권의 3개 시도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8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1주일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기업들도 재택근무 완화를 철회하는 등 정부 방역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확산하자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당분간 현행 재택근무 비율을 유지하며 회의·회식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정책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1주일 유예하기로 하면서 이런 계획들을 철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전자(066570)는 다음달 1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현행 40%에서 20% 수준으로 낮추려고 했으나 이를 철회했다. 임원 승인하에 재개하려던 국내외 출장도 다시 자제하기로 했다. LG 관계자는 "그룹의 방역지침은 정부 방침보다 최근 확진자 수를 보고 내부지침에 따라 결정한다"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해 기존 방역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 30~50%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효성(004800)그룹과 코오롱(002020)그룹, 한화(000880)그룹도 재택근무 비율을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었지만 당분간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종료하거나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된만큼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SK(034730) 등 새 거리두기 지침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주요 기업들 역시 내부 방역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완화된다고 해서 재택근무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본적인 방역 수칙은 당분간 계속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 등 방역 기준 완화에 신중했던 철강 업계도 특별한 공지 없이 기존 방역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자체적인 방역 수칙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확진자가 다시 급증한 지난해 11월부터 재택근무 및 유연근로제 확대 등의 방역 대책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부서별로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하고 3교대로 나눠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고, 현대차는 지난해 11월부터 사무직 재택근무 인원을 30~50%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조선, 화학 부문 기업들도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다. 금호석유화학(011780)의 경우 50% 재택근무 비율을 유지하고, 외부 모임을 지양하는 자체 방역대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HMM(011200) 역시 별다른 공지 없이 기존 방역 지침을 유지한다. HMM은 재택근무 비율을 50%로 유지하고 출장, 회의, 회식 등을 자제해왔다. 대한항공(003490) 등 항공업계도 현 수준의 방역 대책을 유지한다.

기업들이 재택근무 축소 방침을 철회하자 직장인들은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출근하면 사표내고 재택근무하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겠다"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었다. 한 대기업 직원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고 확진자 수도 늘고 있는데 정부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줄인다고 하니 무서웠다"며 "코로나19가 완전한 소강 상태를 보이기 전에는 재택근무 체제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현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1주일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은 지금처럼 최대 4인으로 유지된다. 당초 서울시를 포함한 수도권은 다음달 1일부터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2단계를 적용하되, 사적모임을 6인까지 허용하는 2주간의 이행 기간을 둘 예정이었지만,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