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2조7000억원을 투입한 올레핀 생산시설(MFC)이 시범가동을 시작했다. 올레핀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소재로 쓰여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번 설비 구축이 완료되면 GS칼텍스는 올레핀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GS칼텍스는 정유업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르면 하반기부터 올레핀이 실적에 반영돼 GS칼텍스의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제2공장 MFC 건설을 완료하고 지난 18일부터 시범가동을 시작했다. 시범가동 중 일부 공정에서 나타난 이상 반응을 해결하고 소음과 불꽃 등으로 인한 주민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27일부터는 일시 가동을 중단했다. GS칼텍스는 조만간 시범가동을 재개해 오는 7~8월 상업가동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2022년 상업 가동이 목표였지만 반년 가량을 앞당긴 셈이다.

GS칼텍스는 이번 MFC 신설로 연간 에틸렌 75만톤(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MFC는 주로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석유화학사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달리, 나프타는 물론 정유공정에서 생산되는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다. 올레핀의 대표 제품인 에틸렌은 화학 처리돼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되고, 이 제품들은 성형·가공을 통해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활용된다.

GS칼텍스 여수2공장./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가 에틸렌 등 올레핀 생산에 뛰어든 것은 정유사업에 치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GS칼텍스는 국제유가 등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정유사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 1990년 아로마틱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석유화학 사업부문 투자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정유사업의 기여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GS칼텍스는 6조42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그중 77%인 4조9444억원이 정유에서 나왔다. 영업이익에서도 정유 비중이 73%에 달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매출 비중은 오를 수밖에 없지만 재고평가이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정유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석유화학산업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이르면 3분기 실적부터 올레핀 성적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18년 MFC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 신규 석유화학 제품군 생산과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GS칼텍스의 MFC에 대해 “현재 시황에서 매출액 2조원, 영업이익 4000억~5000억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에틸렌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지면서 GS칼텍스가 에틸렌 덕을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LG화학(051910)은 최근 여수공장 내 NCC 증설을 마무리하고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의 NCC 생산능력은 에틸렌 기준 총 330만t에 달한다. 한화토탈도 지난달 에틸렌 생산능력을 138만t에서 153만t으로 늘렸고,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011170) 합작사인 현대케미칼도 하반기 중 에틸렌 85만t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해외 역시 에틸렌 생산시설 증설을 속속 완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에틸렌 생산 규모는 지난해 961만6000t에서 2024년 1415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9~2024년 5년간 세계 에틸렌 증설 규모는 5900만t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수요는 3800만t에 그칠 전망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면 제품 가격이 하락해 정유·석화업계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GS칼텍스는 앞서 지주사인 GS에너지와 롯데케미칼의 합작 법인인 ‘롯데GS화학’이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한 만큼, 과잉공급에 따른 실적 악화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롯데GS화학은 GS칼텍스로부터 에틸렌을 받아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