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조직을 신설하고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사별로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경영을 총괄하는 ESG협의체도 꾸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SG조직들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지난 3월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총회에서 “조선, 정유, 건설기계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소, 디지털, 헬스케어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로 미래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ESG를 경영 최우선으로 삼아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룹사 11곳에 ESG위원회 만들고 그룹 총괄 ESG협의체 출범
현대중공업그룹 11개 계열사는 올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에너지솔루션, 현대오일뱅크 등 9개사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뒀다. 사외이사 3~4명에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했다.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사외이사인 김화진 서울대 법학과 교수가 ESG위원장을 맡았다.
사외이사가 없는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로보틱스는 사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ESG위원회는 그룹사별 특성에 맞는 ESG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이행 여부를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또 그룹 전반의 ESG경영을 조율하기 위한 ‘그룹 ESG협의체’를 만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최고 지속가능경영 책임자(CSO)인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이끈다. 각사 CSO들이 협의체에 참여, 그룹 차원의 ESG 전략을 논의한다.
‘ESG 자문그룹’도 운영한다. 위원장은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규용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이 맡았다.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배수일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교수,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환경, 동반성장, 준법감시시스템(CS) 분야별 외부전문가들이 현대중공업그룹의 ESG전략을 제언할 계획이다.
◇ 기술이 곧 ESG… 2030년까지 ‘수소 밸류체인’ 완성
현대중공업그룹은 ESG 조직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과 정유화학, 건설기계 등 기존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바꿔내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가 사장은 ESG위원회 설치와 관련 “ESG경영 강화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수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조선해양이 수소 운송은 물론 생산·공급 등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플랜트 기술력을 토대로 해상 플랜트 발전과 수전해(水电解) 기술을 활용한 그린수소 개발을 추진한다.
또 수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수소운반선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수소 연료전지와 수소 연료공급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달 롯데와 포스코, HMM, 한국선급과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벙커링(선박연료 주입) 컨소시엄도 꾸렸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보다 같은 부피에 약 1.5배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블루수소 생산에 돌입한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관련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아람코에서 액화석유가스(LPG)를 가져와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생산된 블루수소를 탈황 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의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무소음 수소 연료전지 발전설비 구축을, 현대건설기계는 업계 최초로 수소 기반의 중대형 건설장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협력사 맞춤형 ‘ESG 평가’ 개발… 컨설팅·지원 추진
현대중공업그룹은 ESG경영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데이터와 손잡고 협력사 맞춤형 ESG 평가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사들의 자재, 블록공급 현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기업데이터는 장기간 축적한 중소기업 신용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적합한 ESG 평가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원하는 협력사는 시범 사업에 참여해 더 적확한 평가모델을 함께 만들어갈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사의 ESG 경영 현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 연말까지 협력사의 ESG 경영을 위해 필요한 금융지원, 교육·컨설팅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ESG 평가 기준은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돼있어 중소기업에 적합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맞춤형 ESG 평가 체계를 수립해 중소 협력사들과의 동반 성장 기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