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은 지난해 8월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일명 ‘ESG위원회’로 개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경영 전략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ESG위원회 출범 1주년을 앞둔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오는 7월 ESG채권을 발행한다. 채권 규모는 약 2000억원으로,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평가에서 통합 등급 ‘A’를 획득한 대한항공은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문 경영을 더욱 강화해 최고 등급까지 넘보겠다는 계획이다.
◇ 탄소 배출 20% 적은 항공기 20대까지 확보
대한항공은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오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운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2~3%에 달한다. B777-200 여객기 기준으로 인천~일본 오사카 노선에서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32톤(t)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2017년 2월부터 도입을 시작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B787-9 드림라이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5t으로 22%가량 적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B787-9 기종은 총 10대다. B787-9는 기체의 50%가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됐다. 알루미늄 비율을 낮춘 대신 복합소재 비율을 높인 덕분에 동급 기종 대비 좌석당 연료효율이 약 20%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 적다. 대한항공은 B787-9 기종을 추가 도입할 계획인데, 연료 효율이 동급 기종 대비 25% 높은 B787-10 모델 도입도 현재 검토 중이다.
오는 7월 발행 예정인 ESG채권도 친환경 항공기 도입에 활용된다. 대한항공은 2000억원 규모로 발행을 계획 중인데 사전 청약률이 높으면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대한항공의 ESG 금융 인증 평가를 맡은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투입될 B787 기종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친환경 차량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정된다”라며 최고 등급인 GB(Green Bond) 1등급을 부여했다.
대한항공은 체계적인 연료관리를 통해서도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연료관리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며 연료 효율 향상 과제를 180개 이상 발굴했다. 덕분에 지난 2019년 약 3억파운드(약 13만6100톤)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019년 기내에서 제공하던 플라스틱 빨대와 커피 스틱을 모두 종이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연간 645만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줄일 수 있었다. 이를 일렬로 이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의 3배에 달한다.
◇ 코로나19 교민 이송 위해 특별전세기 투입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1월 31일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전세기를 투입해 고립돼 있던 교민 367명을 수송해왔다. 당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전세기에 탑승해 교민 수송을 도왔다. 조 회장은 안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원한 승무원을 격려하고, 자신도 국적 항공사 대표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전세기에 탑승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항공업종의 특성을 활용해 구호물품 등을 수송해 나눔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했고, 코로나19 초기엔 중국 우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마스크 4만장을 지원했다. 또 2004년부터 몽골 바가노르구 지역에 ‘대한항공 숲’을 조성하여 매해 대한항공 임직원, 현지 주민 및 학생들이 참여하여 나무심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총 12만5000여 그루의 나무들이 자라는 대규모 숲이 됐다.
국내에서는 2010년부터 김포공항 인근 지역 어린이들에게 지역 체험학습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제주도, 여수 등 국내지역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2019년에는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 오사카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매년 사회공헌 명목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약 90억원에 달한다.
◇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ESG위원회도 신설
대한항공은 지난 2006년부터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며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해 왔다. 특히 이사회 개편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9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의 투명성도 높였다.
같은 해 8월에는 기존 이사회 내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대한항공 ESG위원회는 ESG 전략 및 정책 수립, ESG 추진현황 관리 및 감독 등 ESG 관련 최고의사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회의 다양성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첫 여성 사외이사로 기업금융 분야 전문가인 박현주 이사를 선임했다. 이미 전체 직원 45%가 여성이며 관리자 38%도 여성이란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ESG등급에서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B+’를 받았던 전년 대비 두 단계 상향됐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E(환경), S(사회책임), G(지배구조)에서 각각 A, A+, B+ 성적표를 받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 경영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등급이 상향됐다”라며 “앞으로도 ESG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