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분 폐쇄됐던 중국 선전시 옌톈(盐田·yantian)항이 한달여만에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항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20피트 컨테이너(TEU)가 35만개가 적체됐는데, 이는 지난 3월말 이집트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사고 때보다 많은 양이다. 일각에서는 적체 여파가 전세계 해상 물류에 2개월 이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옌톈항은 이날 오전 12시(현지시각)부터 모든 선적지를 정상 운영하고 있다. 옌톈항은 지난달 21일 항만직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확산세가 이어져 부분 폐쇄조치를 이어왔다. 이달 초에는 항만 운영률이 20%대까지 하락했으나 지난주 70%대까지 회복했다.

지난해 중국 선전시 옌톈 국제 컨테이너터미널(YICT)의 모습. /YICT 홈페이지 캡처

옌톈항 수출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는 허치슨포트홀딩스는 전날 "현재 항구에서 코로나가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으며 터미널 운영 능력이 꾸준히 회복돼 옌톈항 전체 운영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코로나 예방과 통제 조치를 지속적으로 이행해, 컨테이너 처리량을 빠르게 늘려가겠다"라고 했다.

허치슨포트홀딩스는 야드 내 컨테이너를 옮기는 트랙터의 수를 9000대로 늘려 빈 컨테이너나 수입 적재 컨테이너부터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수출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들어온 뒤 일주일 안에 절차를 처리하겠다고 했다. 옌톈항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박 대기일수가 2주 이상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옌톈항 인근 서커우(蛇口·Shekou)항도 코로나 확산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옌톈항과 서커우항 등을 포함한 선전항은 세계에서 4번째로 컨테이너처리량이 많다. 지난해 1년 동안 2300만TEU를 처리했다. 중국에서 북미로 가는 수출의 25%, 전자제품의 90%가 선전항을 통한다. 규모가 큰 만큼 실제 정상화까지 수주 이상 걸릴 것으로 해운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항구 운영이 재개됐지만, 물류망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옌톈항이 이달 들어 2주동안 처리하지 못한 20피트 컨테이너(TEU)가 35만개가 넘는데, 이는 수에즈운하 사태 당시 적체량 33만TEU를 웃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옌톈항만 문제였다면 회복이 빠를지 모르겠지만 지금 미주나 유럽 어디나 물류망이 정상적이지 않다"며 "지난 3월에 발생한 이집트 수에즈운하 여파가 2달은 간 것처럼, 옌톈항 문제도 다음분기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수출 물량이 쌓인 만큼 중국의 화주(수출기업)들이 해상 운임을 더 높게 부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운임이 높아질수록 시장의 운임 인상 압력이 커질뿐더러 선사들이 우리나라를 건너 뛰고 곧장 북미로 향할 가능성도 커진다. 항만물류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부산항에 온 외국적 컨테이너선은 8125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적다.

한국해운협회와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3일 공동으로 개최한 '선·화주 상생협력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옌톈항 적체 문제 등을 볼 때 올해 하반기에 해상 운임이 내려갈 압력은 작다"며 "최근 우리나라보다 운임이 비싼 중국과 동남아지역에서 물건을 다 싣고 곧장 미국으로 향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 선·화주가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단순 관계(relationship)에서 파트너십(partnership)으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