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팬들의 소비 욕구가 콘서트 등 대면 활동에서 기획상품(MD)이나 온라인 콘텐츠 등으로 옮겨 가면서, 아티스트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단순히 아티스트 이름만 빌리던 과거와 달리 팬덤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에서 비롯된 팬슈머(팬과 소비자의 합성어) '취향저격'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352820)(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자체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을 통해 선보인 'BTSX맥도날드' 컬래버레이션(협업)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이브의 IP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브 아이피(HYBE IP)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직접 그린 캐릭터 티셔츠, 감자튀김 로고가 그려진 후디 등 67 종의 MD를 공개했다.
하이브 아이피에 따르면,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크루 티셔츠'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이 상품은 이번 협업 기간에 전 세계의 맥도날드 직원이 착용하는 티셔츠다. 방탄소년단과 맥도날드 로고를 한글 자음으로 형상화한 그래픽이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이어 감자튀김 로고가 그려진 '에어팟 미니가방' 역시 오픈 직후 품절됐고, 'BTSXMcD(맥도날드)' 로고를 활용한 스트라이프 양말·감자튀김 실리콘 파우치·로고 키링 등도 빠른 속도로 품절됐다.
이번 MD는 국내 기업인 하이브가 상품 기획 단계, 디자인, 제작, 판매 등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라이선스 인' 방식을 도입했다. 전 세계 맥도날드에 'ㅂㅌㅅㄴㄷ(방탄소년단) ㅁㄷㄴㄷ(맥도날드)' 등 한글 자음이 새겨진 크루 티셔츠를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팬덤의 수요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하이브가 기획하고 제작했기에 팬들이 더욱 열광했다는 평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글 로고 외에도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손 그림 등을 넣어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고, 제품 종류를 다양화해 단순 소장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쓸 수 있게 했다"면서 "'더 BTS 세트'는 전 세계 50개 국가에서 출시됐지만, 위버스샵을 통해 2차 컬래버 상품이 판매된 국가는 전 세계 120개국 이상으로 더 많아 파급력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MD가 과거 단순히 유명인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빌려주는 방식에서 팬슈머의 입맛에 맞게 아티스트 IP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팬덤 소비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실적을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급부상했다. 일회성 소비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무턱대고 팬심에만 기대지 않고 이들이 열광하는 요소를 공략해야 하는 것이다.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취미를 제품에 반영하는 사례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소속 그룹 엑소(EXO)의 멤버 카이는 글로벌 럭셔리 기업 구찌와 손을 잡았다. 구찌는 한국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카이의 이름을 딴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평소 카이가 가장 좋아하는 테디베어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 중 카이가 착용한 177만원짜리 파란색 테디베어 니트는 출시와 동시에 품절됐다. 카이는 컬래버 제품 출시에 앞서 구찌 테디베어와 함께 서울 곳곳을 누비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아티스트가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소속 그룹 블랙핑크의 지수는 최근 넥슨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신규 캐릭터 '치치(CHICHI)'를 디자인했다. 평소 넥슨 게임 카트라이더를 즐겨 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수는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 등을 디자인하고, IP 개발 과정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컬래버 전반을 기획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이브 총 매출의 41%를 팬 플랫폼 위버스가 차지하는 등 엔터업계에서 팬슈머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팬들은 기획사 브랜드가 아닌 아티스트 개개인을 보고 지갑을 열기에 다양하고 세세한 MD가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