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사가 분류 작업에서 택배기사를 제외하고, 작업량도 일주일 6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과로방지대책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택배사들은 설비투자 등 비용 부담을 지게 됐다. 특히 연말까지 분류 인력을 택배기사 2명당 1명 수준으로 확보해야 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002320)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2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발표한 과로방지 대책 2차 합의문에는 ▲올해 안에 택배기사의 분류 작업 제외 ▲택배원가 상승요인 170원으로 확인 ▲택배기사 작업시간 주60시간으로 제한 ▲세부 이행계획(부속서) 표준계약서에 반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합의에 따라 택배사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분류 작업에서 택배기사를 완전히 제외하기로 했다. 이른바 '까대기'라고 불리는 분류 작업은 터미널에 모인 물품을 택배기사가 담당 구역별로 나누는 일이다. 택배노조는 배송 업무 외 분류 작업 때문에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가 커진다고 지적해왔다.
택배사들은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서 빠지는 만큼 분류 작업을 위해 추가 인력을 뽑아야 한다. CJ대한통운(000120)은 배치한 분류 지원인력 약 4100명에 더해 오는 9월까지 1000명의 추가 인력이나 상응하는 비용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1차 합의에 따른 기존 투입 분류인력에 1000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
앞서 휠소터(자동분류장치) 등의 설비를 갖춘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연말까지 택배 분류인력을 택배기사 2명당 1명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현재 택배기사 수를 고려할 때 각각 분류인력을 4000명이상 늘려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는 9월까지 2000명을 채용하고 연말까지 추가로 2000명을 더 뽑아야 하는 셈이다.
택배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택배 운임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국토부는 관련 용역연구를 진행한 결과 추가 분류인력과 택배기사 고용·산재보험 적용을 위해 상자당 170원의 택배 운임이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산재보험에 20원, 추가 분류인력 채용에 150원 수준의 비용이 기존보다 더 들 것으로 산출했다.
택배업계는 현실적으로 상자당 170원 인상으로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인원이나, 자동화 설비 투자 등을 고려하면 170원보다 더 큰폭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합의문 속 '170원 인상'이 강제 조항이 아닌 권고 조항인 만큼 각 택배사는 택배물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별 기업고객과 협상을 진행해 운임을 결정해야 한다. 기업고객 대부분이 최저가입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장기간 굳어졌던 저가 운임을 택배사가 단기간에 올리기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개인택배를 중심으로 택배비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CJ대한통운은 기업고객 택배를 소형 기준 250원 올렸다. CJ대한통운의 단가 인상을 이유로 GS25와 CU편의점은 택배 가격을 무게에 따라 300원부터 1000원까지 인상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택배비를 소형 기준으로 기업고객은 150원, 개인고객은 1000원 올렸다. 한진도 개인 택배비를 크기에 따라 1000원 이상 인상했다.
이번 기회에 저가 택배 운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택배 평균단가는 최근 10년새 하락세를 이어왔다. 2019년에 평균단가가 2018년보다 40원 반짝 오르며 상자당 2269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다시 2221원으로 꺾였다. 택배사 관계자는 "물류업계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 개별 기업이 알아서 택배비를 현실화하기는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택배업계는 추가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