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의 배터리 사업부가 분리돼 만들어진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준비 중인 가운데, 상장 주관사단이 기업가치를 당초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추산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주관사단은 이보다 30조~40조원 낮은 수준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사단은 중국의 낭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및 국내 삼성SDI(006400) 등을 비교 기업으로 정하고 기업가치 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증권사는 중국 CATL을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100조원 수준으로 추산했으나 탄탄한 중국 내수시장을 가진 CATL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교 대상 기업을 확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는 '기업가치(EV·Enterprize Value)/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방식을 적용해 산정하는 게 유력하다. EV는 시가총액과 순부채의 총합을, EBITDA는 영업이익에 유형자산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 상각비를 더한 수치다. 기업이 현재 벌어들이는 현금 흐름 대비 기업가치를 몇 배로 측정하는지를 보는 지표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하이브(352820)와 올해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도 이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EBITDA가 4조15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쟁사 CATL의 추정치 기준 EV/EBITDA는 2022년 38.8배다. 코스피지수가 CATL이 상장된 중국 심천 증시 대비 40% 할인된 수준이라는 점을 적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 EV/EBITDA는 23배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95조5800억원이 된다. 미래에셋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시점이 오는 연말이라는 점을 감안해 2022년 추정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전망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은 대부분 이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내수 시장만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하는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의 점유율은 24%, LG에너지솔루션은 23.5%였으나 올 1~4월에는 각각 21.4%, 14.2%로 집계됐다. 또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선언에 따라 국내외 배터리 업체의 기업가치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40배에 달했던 EV/EBITDA가 올해 1분기 20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연간 EV/EBITDA는 20배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 기업인 BYD의 경우 18배, 일본 파나소닉의 경우 6배 정도의 EV/EBITDA가 예상된다. 이들 기업의 EV/EBITDA 평균치를 적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60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주관사단은 기업가치 비교 기업에서 미국의 전기차기업 테슬라는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의 EV/EBITDA가 100배에 달하고 영위하는 사업 분야가 달라 비교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테슬라의 EV/EBITDA를 적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400조원에 달한다.
주관사단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 산정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난 5월 상장한 SKIET의 주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81조원이란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세웠던 SKIET는 상장 첫날인 5월 11일 공모가(10만5000원)의 2배인 21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하며 코스피에 입성했다. 그러나 결국 시초가 대비 26.4% 하락한 15만4500원에 마감했다. 16일 종가 기준 SKIET의 주가는 15만2000원으로 아직 시초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SKIET도 경쟁사의 EV/EBITDA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는데 기업가치가 과대 계상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이브도 작년 10월 상장일에 37만7000원대까지 올랐으나 약 보름 후 13만원대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같은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 하이브나 SKIET의 경우 대다수 증권사가 '따상(상장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한 뒤 당일 상한가로 장을 마감하는 것)'을 예상했지만, 모두 빗나갔다"며 "상장 주관사들은 시장의 장밋빛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에 흔들리지 않고 시장이 납득할 수준의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