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대신 '접속'하는 비대면 시대다. 기술 발전으로 기기에 접속만 하면 그 누구와도 소통하며 시각과 청각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소통 과잉 상황에서 동시에 외로움을 호소하며 가장 예민한 촉각에 대한 미충족된 욕구가 우울증,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찰스 스펜스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 박사는 '감각의 비밀'이란 보고서에서 현대인의 감각 결핍을 경고했다.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데, 그마저도 컴퓨터와 TV 앞에서 보내다 보니 몸은 편해져도 시각 외 다른 감각을 자극받으려는 몸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는 정서적 웰빙을 목표로 한 포옹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많다. 접촉을 통한 일종의 심리 테라피(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커들리스트는 신체 접촉인 '터칭'에 주목한 포옹서비스 제공 업체다. 상호 합의에 따른 따뜻한 포옹이 궁극적으로 의식의 변화를 촉발해 유대감과 심리적 치유 효과를 낸다고 본다. 커들리스트의 마델론 기나초(Madelon Guinazzo) 공동창업자는 6월 1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외로움,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종의 심리 테라피를 받기 위해 커들리스트를 찾는다"며 "이들은 접촉에 대한 결핍을 채우고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커들리스트는 만 18세 이상 성인에게 포옹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은 시간당 평균 80달러(약 9만원) 정도. 사이트에는 인증된 커들러(cuddler·포옹전문가)의 사진, 거주지, 소개 글이 있다. 고객은 커들러와 끌어안기, 안고서 오랫동안 누워 대화하기, 안긴 채 잠들기 등의 서비스를 받는다. 성적 접촉은 금지된다. 포옹서비스 연결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커들러 희망자에게 훈련 과정을 제공하기도 한다. 커들리스트는 6년 전 창업 후 지금까지 7만5000회의 테라피를 제공했다. 커들러 훈련을 받은 인원은 2000명 가까이 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화상 테라피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커들리스트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커들파티(Cuddleparty)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옹을 통한 신경 치료를 하나의 훈련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이때쯤 공동창업자인 아담 리핀도 자신의 기업가적 통찰력을 발휘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리핀이 내가 주최한 심리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당시 내가 그의 멘토였다. 리핀과 나의 동기부여가 맞아떨어져 2015년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내가 트레이닝 디렉터로 커들리스트를 창업하게 됐다."
주 고객층은 누구인가.
"커들리스트 고객층은 다양하지만, 특히 30~50대 남성이 많다. 이들은 동성애자도 아닌 평범함 남자들이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이성적 접촉이 아닌, 플라토닉(정신적인) 접촉이 가장 적다는 특징이 있다."
포옹이 미치는 영향은.
"오감 중 촉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광파, 음파, 분자도 결국 어떤 방법으로든 인간의 피부에 접촉되는 것 아닌가. 피부는 우리 인체에서 가장 넓은 조직이다. 말 그대로 나와 남을 구분해주는 요소다. 달리 말하면 내가 내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도 같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우리가 안전하고, 보살핌을 받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감정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영향을 미친다. 터치(접촉)는 신경계를 진정시킨다는 면에서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나 자신은 물론 주변과 더욱 연결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이 왜 접촉에 결핍됐을까.
"기술이 기기의 역할을 확대했다. 가정에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기가 대신해주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었다. 그만큼 얼굴을 보며 의사소통하는 것, 현실 세계에서의 접촉에 대한 감사함과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커들러마다 테라피 제공 방식이 다양한 것 같다. 공통된 지침이 있는가.
"모든 커들러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고객과 각자 넘지 않아 줬으면 하는 선을 제시하고 서로가 존중한다는 의미의 협약을 맺는다. 이 협약을 일상생활에도 적용한다면 보다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커들러에게 성적 접촉 금지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다."
코로나19 이후 포옹서비스에 차질이 있었을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대면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커들러들은 그들의 훈련 기술을 가상세계로 옮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커들러는 커들리스트를 떠났다. 하지만, 많은 커들러는 가상과 대면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게 된 게 자신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라는 점도 안다. 화상 테라피는 오히려 먼 거리에 있는, 이동에 제약이 있는 고객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수요가 많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할 때는 오히려 커들리스트의 화상 서비스가 유익하다고 느낀 고객이 많았다. 수요가 늘어나며 많은 커들러가 돌아오기도 했다. 커들리스트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면은 물론 가상 테라피 훈련을 제공하며 사업 기회를 키웠다."
화상 테라피는 대면 방식보다 가격이 저렴한가.
"커들러들은 스스로 가격을 책정한다. 같은 금액을 청구하는 커들러도 있지만, 더 저렴한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화상으로 제공하는 커들리스트 서비스는 신체적 포옹을 하지 않을 뿐 연결감 극대, 신경 안정 등의 지원은 그대로 제공한다."
중장기 계획은.
"커들리스트는 최근 킬리 슙(Keeley Shoup)을 개발 디렉터로 임명했다. 단기적으로 우리는 접촉의 중요성과 이를 건강하게 제공하는 방법을 알리는 플랫폼으로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 훈련에는 트라우마, 다양성, 평등, 외상 테라피를 포함한다. 훈련된 실무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 고객들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장기적으로 커들리스트는 사람 간의 신체적 폭력을 없애는 스킨십을 통해 전 세계를 치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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