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 원인으로 과도한 살수 작업이 지목된 가운데,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요구로 당초 계획한 것보다 더 많은 살수 펌프를 동원했다는 철거 업체들의 주장이 나왔다.
12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강력범죄수사대) 등에 따르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철거 계약을 맺은 한솔기업, 실제 철거 작업을 한 백솔건설 측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억울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들은 해당 건물을 철거할 때 시공사 측의 요구에 따라 계획보다 더 많은 살수 펌프를 동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 업체 관계자들은 원·하청 업체의 갑을 관계를 강조하며 시공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살수 작업에 대한 책임을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돌린 것이다.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초 살수 펌프를 4대까지만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로 8대까지 사용했다고 전했다. 통상 철거 작업 현장에선 비산 먼지로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살수 펌프를 동원한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살수를 지목했다. 굴착기를 올리기 위해 건물 뒤편에 산처럼 쌓은 흙더미에 물이 스며들면서 밑둥부터 파낸 위태로운 건물에 외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과도한 살수 지시를 한 적이 없다"라며 철거업체들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