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 함정의 최후 방어를 담당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Close-In Weapon Systerm) 국산화 사업 참가 신청 마감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해외에 의존하던 CIWS 국산화를 주도할 방산업체 선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7월 8일까지 한국형 CIWS인 CIWS-Ⅱ 체계개발 입찰등록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9월 업체를 선정해 계약하는데 유력한 후보로 한화시스템(272210)LIG넥스원(079550)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전투체계 수주를 두고 맞붙은 적 있는데, 당시에는 한화시스템이 사업을 따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 한화시스템 부스에 전시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 /한화시스템 제공

CIWS는 함정을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다. 보통 바다에서 함정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이나 비교적 속도가 느린 순항 미사일, 항공기 등은 요격미사일과 유도탄 방어체계로 대응한다. 그러나 이 단계가 실패할 경우, 마지막 순간에 CIWS가 고속으로 수천 발의 기관포를 발사해 함정을 보호한다. 그동안 해군은 미국 레이시온의 20㎜ 기관포 팰렁스(Phalanx)와 네델란드 탈레스가 만든 골키퍼(Goalkeeper) 등 두 종류의 CIWS를 도입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높은 비용 부담과 성능 개선 요구 등으로 국산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방사청은 약 3200억원을 투입해 2030년 12월 CIWS-Ⅱ 개발시제를 포함한 양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복합무기체계는 체계통합 및 시험평가, 사격통제, 탐지·추적용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전자광학장치(EOTS), 함포 등으로 구성된다.

각종 센서 및 무장 등이 결합된 복합무기체계안 CIWS-Ⅱ는 체계통합능력을 비롯해 근접 방어를 위한 첨단 레이더 기술과 교전 특성상 뛰어난 사격통제가 필요하다. 이번 사업은 업체 주관으로 진행하는 만큼 관련 기술과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중 한곳이 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우선 CIWS-Ⅱ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인 AESA 레이더 기술을 두고 맞붙는다. CIWS-Ⅱ에는 기존 CIWS에 적용된 기계식 레이더 대신 정보처리 속도가 1000배 가량 빠르고 목표물 탐지 성능이 개선된 AESA 레이더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력화된 면배열 AESA 레이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LIG넥스원의 대포병탐지레이더Ⅱ에 적용됐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 LIG넥스원 부스에 전시된 근접방어 무기체계(CIWS-Ⅱ). /LIG넥스원 제공

한화시스템은 전투기용 X-밴드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지난해 8월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할 AESA 레이더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AESA레이더 입증 시제(테스트 제품)는 1000개의 채널 안테나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전자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넓은 영역의 탐지, 다중 임무 수행, 다중 표적과 동시 교전이 가능하다. AESA 레이다 기술은 현재 KDDX의 X-밴드 다기능레이다(MFR)에 그대로 반영돼 개발 중이며, CIWS-Ⅱ의 핵심 센서로도 적용할 계획이다.

CIWS-Ⅱ가 신속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AESA 레이더 외에도 사격통제기술이 필요하다. 한화시스템 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탄착수정이 적용된 ‘사격제원계산장치’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함포 사격을 위한 표적 정보와 주야간 표적탐지 및 식별을 위한 추적센서인 전자광학추적장비를 구내 기술로 처음 개발하기도 했다.

LIG넥스원 역시 고속으로 기관포를 발사하기 위한 사격통제 기술을 갖추고 이를 함정에 공급·운용하고 있다. 또 CIWS-Ⅱ에는 기존에 쓰던 골키퍼 함포의 주요 부품을 동일하게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LIG넥스원 측은 기존에 쓰던 골키퍼의 창정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방사청과 골키퍼 창정비 계약을 맺고 네덜란드 탈레스에 기술 인력을 파견해 정비 기술과 경험을 익힌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3200억원이 투입되는 CIWS-Ⅱ은 올해 업계에서 가장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면서 “두 회사 모두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CIWS-Ⅱ 사업에 특화된 솔루션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등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다음은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제안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영상.

LIG넥스원이 제안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LIG넥스원 제공
한화시스템이 제안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한화시스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