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가 국내외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ESG 중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014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7개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해 3월 복귀하면서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삼남인 김동선 상무가 한화에너지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자리를 옮겼고 한화에너지가 지분 39.2%를 가진 한화종합화학이 이달 초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 및 특수 관계인이 지분 33.9%를 가진 ㈜한화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의 이중 지배구조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법적으로 지주사 체제는 아니지만,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한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000880)는 한화솔루션·한화생명·한화건설·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테크엠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최대 주주는 지분 22.7%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아직 미미하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은 4.4%,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전무와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각각 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3형제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위에 자리 잡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지분을 5.2% 갖고 있다.

그래픽=김민경

◇ 김승연 회장 복귀 후 이중 지배구조 일원화 과제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의 지분을 어떻게 세 아들에게 넘기는지가 관건이다. 김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등기 임원과 그룹 회장직을 겸하는 구조를 취했는데,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후계 작업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률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김동선 상무가 한화에너지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소속으로 옮기면서 3형제에 대한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는 것으로 보인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양광·화학·방산·우주사업은 장남 김동관 사장이, 금융계열사는 차남 김동원 전무가, 레저·설비·건설사업은 삼남 김동선 상무가 각각 경영을 나누어 맡는 구조다.

그룹에서 이같은 승계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에이치솔루션이다. 비상장 기업인 에이치솔루션은 2001년 시스템 통합·관리 및 컨설팅·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하기 위해 설립됐으나, 이후 물적분할 등을 거쳐 현재는 투자법인 성격만 남았다. ㈜한화와 함께 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한화에너지(100%), 한화종합화학(39.16%), 한화토탈(50%), 한화시스템(272210)(14.48%) 등을 거느리고 있다. 또 ㈜한화(5.19%)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픽=송윤혜

◇ 승계 핵심은 에이치솔루션… ㈜한화 지분 매입해 간접 지배력 강화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사장이 50%, 김동원 전무와 김동선 상무가 각각 25%씩 들고 있다.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들고 있어 향후 한화그룹 승계작업에서 주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화 등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다만 이 작업을 완수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솔루션이 지주사가 되려면 공정거래법상 ㈜한화 지분을 30%까지 늘려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한화의 시가총액은 약 2조4000억원으로, 에이치솔루션이 지분을 추가로 25% 매입하려면 약 6000억원이 필요하다.

재계에서는 에이치솔루션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에너지가 지분 39.2%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화에너지 지분은 에이치솔루션이 100% 갖고 있다.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요 그룹들은 다음 세대 승계 및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주식 상속·증여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지주회사 전환을 이용해 왔다. 정부가 이를 장려하기 위해 과세이연 등 혜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지주사가 금융회사 지분 소유를 금지한 현행법 상 한화그룹이 전체 매출의 50%에 달하는 금융 부문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중구 한화그룹.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