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표 조선 3사가 잇따라 수주 낭보를 터뜨리는 가운데, 조선소에 엔진과 부품 등 선박 기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의 수주 잔고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해상 물동량 증가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인한 선박 교체 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카타르발(發) 대규모 선박 발주가 본격화하면 조선기자재 업체들도 덩달아 수혜를 볼 전망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선박 엔진 제조사인 HSD엔진의 지난 1분기 신규 수주 실적은 38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65% 상승했다. 수주 잔고도 지난해 말 8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분기 1조원 수준으로 25% 뛰었다.

HSD엔진에서 만든 엔진이 시운전 중인 모습. /HSD엔진 제공

올해 들어 HSD엔진의 수주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IMO의 환경규제가 있다. 전체 선박 발주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IMO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선박을 찾는 선사들의 수요도 대폭 늘어났다. HSD엔진의 주력 상품은 LNG와 LPG를 벙커C유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엔진'이다. HSD엔진이 올해 1분기에 수주한 전체 엔진 가운데 42%가 이중연료엔진이었다. 상선에서 이중연료엔진을 채택하는 비중도 지난해 4%에서 올해 37%까지 33%포인트(P)올랐다.

선박 엔진 가격도 오름세다. 선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 2016년 300만달러 수준이었던 선박엔진의 공급가격은 올해 들어 660만달러 수준으로 배 이상 높아졌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조선소 수에 비해 엔진제조사의 수가 적다는 것을 고려하면 선박엔진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LNG 화물창(저장탱크) 부품 제조사들도 수주가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조선소가 주력으로 수주하고 있는 LNG 운반선은 운송효율을 높이기 위해 천연가스를 600분의 1부피로 액화시켜 운반한다. LNG를 액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영하 163도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초저온 보냉재를 동성화인텍(033500)한국카본(017960)이 생산하고 있다.

동성화인텍의 LNG화물창 모습. /동성화인텍 제공

동성화인텍(033500)의 1분기 수주 잔고는 약 728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7%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카본의 수주 잔고는 65% 증가한 약 5600억원이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LNG 화물창 부품 발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동성화인텍의 경우 지난 3월에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010140)과 각각 1050억원, 1477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초저온 보냉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두 건의 계약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액의 99.8%를 달성했다. 한국카본도 앞서 2월 현대삼호중공업과 1400억원 규모의 LNG 보냉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카타르의 대규모 LNG 운반선 발주가 임박한 만큼, 조선기자재업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카타르 발주는 올해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카타르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총 100여척의 LNG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했다. 슬롯 계약은 선박 건조 공간인 도크를 선제적으로 예약하는 것으로, 발주 물량은 각사당 최대 45척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락슨리서치는 "오는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선박 발주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환경규제와 선대 교체 수요 등으로 LNG선은 연간 60척 이상의 견조한 발주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주력 선종인 LNG선을 수주할수록 여기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기자재 업체의 실적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