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 이후 항공운임 인상 가능성에 대한 연구용역 기간을 5개월 연장하면서 장고에 들어 갔다. 그만큼 독점에 따른 항공운임 인상 여부가 두 기업의 결합 심사의 핵심 쟁점이라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항공운임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은 제도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의 계약기간을 지난달 말에서 10월 말로 연장했다. 공정위는 연구용역을 통해 두 항공사 간 통합에 따라 항공운임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지, 소비자들의 마일리지 혜택이 감소할 우려가 있는지 등 통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의 대한·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과는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는 10월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독과점에 대한 폐해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통합 후 인위적인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현재 항공운임은 정부에서 인가받은 상한선 이하로 정해야 하고, 외국계 항공사도 국내 대부분의 노선에 진출해 있어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그러나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합병 이후 항공 운임 인상을 일정 기간 금지하거나 현행 항공운임 상한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인가한 공시운임 상한선이 있긴 하지만, 실제 항공운임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상한선 이하로만 책정하면 된다. 상한선 자체가 최저가 대비 최대 3배 이상의 높은 수준이어서 제어할 장치로는 불충분하다.

예를 들어 최근 대한항공의 인천공항~뉴욕공항(존 F.케네디)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권 가격은 500만원 수준이다. 해당 운임으로 발권하는 경우 출발·도착 도시를 변경하든 환불하든 수수료가 없다. 대한항공은 항공권에 등급을 매겨 이런 방식으로 별도 수수료가 없는 항공권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물리는 항공권은 이보다 저렴한 150만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이용객들은 대부분 취소 수수료를 내더라도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한다. 같은 노선이지만 항공권 등급에 따라 운임 상한선은 3배가 넘게 차이난다. 상한선이 있더라도 항공사 입장에선 기존 항공권 가격을 3배까지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대한항공은 독점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던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운임을 비슷한 거리를 가는 인천~홍콩에 비해 3배 이상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울란바토르 노선의 이코노미석 운임 상한을 107만1000원으로 신고했다. 비슷한 거리를 가는 홍콩의 경우 54만4600원에 신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가격 책정은 2019년 7월 아시아나항공이 몽골 울란바토르에 취항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국토부가 고시하는 상한선 기준이 ‘적정한 이윤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할 것’, ‘여행객 이용을 매우 곤란하게 하지 아니할 것’ 등으로 다소 추상적이어서 항공사들이 항공운임을 임의로 책정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조직학회장을 맡고 있는 신일순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쟁제한성 발생 우려를 볼 때 노선별로 놓고보면 가격인상의 개연성이 높다”며 “대한항공은 외항사와 경쟁한다고는 하지만 직항 노선 등에서 국적기를 대체하기가 어려운 일부 노선이 존재한다. 이런 노선에 대한 매각 조치 등 구조적인 조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와 국토부가 2005년 하이트·진로 기업결합 승인 때처럼 가격 인상을 5년간 제한하는 조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당시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소주와 맥주의 출고원가를 향후 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가격을 인상하기 전에 공정위와 사전에 협의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항공운임은 정해진 가격이 없고 변동성이 워낙 심해서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연구용역이 완료되면 범 정부 차원에서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