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재매각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스타항공은 31일 공개 경쟁 방식의 입찰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선 인수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이르면 연내 재운항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막대한 부채와 항공업계의 부진한 업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날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과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 안진은 이날까지 LOI를 제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예비 실사를 진행한 뒤 다음 달 14일 전 본입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입찰금액의 규모 ▲자금 투자 방식 ▲자금 조달 증빙 ▲인수 후 경영 능력 ▲종업원 고용 승계 ▲매각 절차 진행의 용이성 등 6가지 항목을 평가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지난 14일 한 중견기업과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예비 인수 후보자를 확보한 뒤 추가로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한다. 만약 새로운 입찰자가 기존 계약보다 낮은 조건을 제시하면 자동으로 예비 인수 후보자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서울회생법원에 7월 20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인수희망자들은 이스타항공이 보유 중인 운수권과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인력 등을 매물 가치로 꼽았다. 이미 항공업계에 진출해있는 기업들엔 이스타항공이 매력이 없는 매물이지만, 항공사 운영 노하우가 없는 이들에겐 지금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항공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란 것이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한 특수목적법인(SPC) 고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쳐 기존보다 부담이 많이 낮아졌다”라면서 “여기에 백신 접종의 시작으로 항공업계가 1~2년 내 회복할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지난해 10월 직원 600여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LOI 접수 마감을 앞두고 인수희망자들은 막판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예비 인수 후보자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써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수를 포기하는 컨소시엄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인수 의향서 제출 직전까지 내부적으로 인수 가격과 전략 등을 고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선 본입찰이 유찰될 가능성 등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여전히 2000억원대 규모의 미지급금과 체불 임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확정된 이후 변제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쉽게 설득될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노사 갈등 리스크도 해결해야 한다.
업황도 좋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회생절차 후 중단된 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아 연내 국내선을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국내 LCC들은 과당 경쟁으로 오래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089590)은 오랜 경영난으로 부채비율이 1년 사이 483%에서 705%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진에어(272450)의 부채비율도 359%에서 1793%까지 확대됐다. 2024년으로 전망되는 여객 수요 회복 시점 이후에도 이스타항공은 다른 LCC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LCC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신생 항공사까지 등장해 공급 과잉이 역대 최고인 상황”이라면서 “저가 운임으로 한동안 치열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텐데,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항공사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