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적자를 기록해온 자전거 제조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 운동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면서 자전거 판매량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자전거 업체들은 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개인형 이동수단)’ 시장 진출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024950)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4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30% 증가한 95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자전거 수출 1위 기업인 알톤스포츠도 같은 기간 29% 증가한 118억원의 매출액과, 950% 늘어난 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래픽=김란희

자전거 업체의 실적이 개선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코로나19를 꼽고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자 출퇴근용 자전거를 찾는 소비자, 여가·운동용 자전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달 시장의 성장으로 자전거를 타는 배달원까지 늘었다. 삼천리자전거의 경우 2019년에 40만대에 달했던 자전거 판매량은 2020년 58만대를 기록하며 45% 성장했다.

안주원 유안타증권(003470) 애널리스트는 “최근과 같은 자전거 수요 증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오는 상황”이라며 “수입 브랜드 자전거도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국내 자전거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지속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전거 평균판매단가(ASP)도 2017년 약 13만원에서 올해 1분기 19만원까지 46%가량 상승하면서 실적을 빠르게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자전거 제조기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천리자전거는 2018년 1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도 8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알톤스포츠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었다. 당시 중국발 미세먼지 우려로 소비자들이 야외활동을 꺼리면서 자전거 판매량이 줄어든 탓이 컸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는 실적 반등과 함께 재무 상태도 개선됐다. 삼천리자전거는 부채를 200억원 가량 줄였다. 100%에 가깝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52%까지 떨어졌다. 알톤스포츠는 부채비율이 114%에서 55%까지 줄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잠수교에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자전거 업계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분기와 3분기는 전통적인 자전거업계의 성수기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전거를 찾는 소비자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증권가에선 당장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 힘든 만큼,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올해 각각 267억과 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전거 교체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삼천리자전거는 보급형 브랜드인 레스포(Lespo)가 전체 판매량의 67.8%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레스포의 핵심 고객층인 10~20대는 성장기에 있고 유행에 민감해 평균적으로 2~3년마다 자전거를 교체한다는 게 특징”이라며 “이르면 2022년부터 자전거 교체 사이클이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자전거 업체들은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기자전거를 선보여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해 삼천리자전거는 전기자전거 신제품 ‘팬텀 Q SF’를 포함한 전기자전거 17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알톤스포츠도 전기자전거 브랜드 ‘이-알톤’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찬솔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자전거 시장은 일반 자전거 대비 연평균 3배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이후까지 생각할 때 장기적인 성장 동력은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전기자전거도 결국 장마와 폭염, 미세먼지 등 변수에 영향을 받는 만큼 철저한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