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의 지주사 LX홀딩스(383800)가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자산 규모 7조원의 LX홀딩스는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4개 자회사와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를 손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상장을 통해 구본준 회장의 독자경영 체제가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 회장은 LX그룹의 계열 분리 작업과 함께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면서 그룹의 백년대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구 회장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집무실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종로구 LG광화문빌딩으로 옮길 예정이다. 광화문빌딩에는 LX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상사와 판토스가 입주해 있다. 현재 LX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지분 정리와 사명 변경이다. LX홀딩스의 인적 분할에 따라 현재 구광모 LG(003550)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15.95%를, 구본준 회장은 LG 지분을 7.72%를 갖고 있다. LX그룹의 완전한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두 회장의 지분 정리가 필수다.
LX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지분 정리 방안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두 회장이 보유 중인 상대 회사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2005년 GS(078930)가 LG에서 분리될 때도 LX홀딩스와 같은 인적분할을 택했고 주식 재상장 이후 주식 맞교환을 통해 지분 정리를 했다.
사명 변경은 다음달 주총을 통해 결정된다. LG하우시스는 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는 LX세미콘, LG MMA는 LX MMA, 판토스는 LX판토스 등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LG상사만 'LX글로벌'과 'LX인터내셔널'을 두고 아직 저울질 중이다. LG상사 관계자는 "다음달 25일 주주총회 전 사명을 확정한 후 안건으로 부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계열사들은 주총 승인이 끝난 후 오는 7월부터 LX 상호를 공식 사용할 전망이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LG상사를 그룹의 구심점으로 삼아 신사업 육성에 힘 쓸 것으로 내다봤다. LG상사는 구 회장이 LG그룹에서 떼어 가져온 4개 회사 중 규모나 실적 면에서 가장 알짜 회사다. 지난해 LG상사의 매출액은 총 11조2800억원으로 LG하우시스(3조원), 실리콘웍스(1조1600억원), LG MMA(5400억원) 등 3개 회사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LG상사는 앞서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친환경, 전자상거래, 플랫폼 개발, 의료진단 서비스 등 7개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2009년 이후 12년 만의 정관 변경이었다. 당시 주총에서 윤춘성 부사장은 "2차전지, 헬스케어, 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물류회사 판토스도 본격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판토스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모회사인 LG상사의 신사업 투자에 자금을 댈 것으로 내다봤다.
승계 작업도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구 회장의 아들 구형모씨는 최근 LX홀딩스의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선임됐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상무가 사실상 예비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구 회장의 딸 구연제씨는 현재 벤처캐피탈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X 측은 구연제씨의 그룹 합류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구 상무는 현재 지분율(약 0.6%)이 낮은 관계로 보유 현금으로 LX홀딩스 지분을 사들이거나, 차후 구 회장에게 증여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