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분리막·전해질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소재 기업은 양극재 생산 업체인 포스코케미칼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해외 공장 입지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미국 공장 건립 부지를 찾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GM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양극재와 음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만큼 미국 내 공장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제1 배터리 공장에 이어 테네시주에 제2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케미칼도 이 인근에 공장 부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4만톤인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 국내 16만톤, 해외 11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생산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는 미국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이후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해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현지 공장 설립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동박 제조사 SK넥실리스도 동박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SKC(011790)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넥실리스는 동박 공장을 유럽 지역에 건설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미국 지역 추가 투자를 통해 올해 연간 4만3000톤 수준의 동박 생산능력을 2025년에 세계 최대 수준인 20만톤 이상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에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247540)도 미국 진출을 타진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양극재 생산 1위 기업으로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연간 5만 9000톤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많이 쓰이는 NCA 양극재 분야에서 점유율 세계 2위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주에 법인을 설립, 미국 진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곳이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미국 공장 증설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의 협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과 2조7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고 NCM을 공급해오고 있다.

동화기업(025900)의 배터리 소재 자회사인 동화일렉트로라이트도 조지아주에 전해액 생산 공장 건설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에 전해액을 납품하기 위해 현지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액 생산 업체 엔켐은 이미 조지아주 공장 건립에 착수해 오는 9월 공장을 가동한다. 조지아주 공장은 엔켐의 첫 번째 미국 생산 거점이다. 생산능력은 연간 2만톤 수준이다.

충북 청주 에코프로비엠 본사./에코프로비엠 제공

국내 전지용 동박 제조업체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일본의 토요타통상과 손잡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조인트벤처(JV)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세부 조건을 논의 중이다. 음극재의 원료 중 하나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도 최근 미국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전기차 핵심 부품의 85%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에만 관세 면제를 해주기 때문에 국내 소재 업체들도 LG와 SK와 함께 미국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주로 중국과 동유럽에 몰린 배터리 생산 거점을 북미까지 확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