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3개국 중 한국의 국내설비투자 증가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은 한국이 가장 높았다. 국내 인·허가 및 환경 규제, 노동비용 등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요인이 있는만큼 정부와 국회가 관련 규제를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10년간 한·중·일의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내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2.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국 4.3%, 일본 3.9%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전경련은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중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 대해 "중국이 헬스케어․전자상거래 등 신성장분야 투자가 지속 증가하고 일본이 기업 감세 정책과 적극적 산업정책으로 민간 혁신투자가 활발했던 반면, 한국은 반도체 외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가 저조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민간투자는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이 -1.0%에 그쳤지만 민간투자 기여도는 0.6%p를 기록했는데, 반도체 투자 회복으로 인한 설비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수치다. 2018년, 2019년에는 각각 -0.8%p, -1.4%p로 오히려 민간투자가 경제성장을 갉아먹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 설비투자는 2017년부터 역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전경련 판단이다. 제조업 설비투자 중 반도체의 비중은 2011년 23.4%에서 지난해 45.3%로 21.9%p 상승했다. 지난해 일본의 제조업 설비투자 1위 업종인 수송용기계의 비중이 제조업 설비투자의 약 21%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설비투자 구조는 반도체에 지나치게 편중돼 매우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설비투자가 저조한 것과 달리 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이 7.1%를 기록해 중국(6.6%), 일본(5.2%) 보다 높았다. 전경련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해외투자가 활발했던 것은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2020년, 90억달러) 등 한국 기업의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와 전기차반도체 등 시설투자가 지속 증가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2017년부터 무분별한 해외 M&A를 제한하고 자본유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EU․아세안 투자가 전년 대비 33.8% 감소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오히려 축소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국내 500대 기업 중 58.0%는 코로나 재확산 등 경제 불확실성으로 국내 투자계획은 없거나 축소할 계획인 반면 해외투자는 늘릴 계획(작년 수준 59%, 확대 16%)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들이 국내에는 인․허가 및 환경 규제, 노동 코스트(비용) 증가 등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면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국회는 기업의 신성장분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인․허가 규제, 환경규제, 영업활동 제한 등 관련규제의 조속한 개선을 통해 기업의 국내투자 활성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