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울상을 짓고 있다. 현대차(005380)가 22년 만에 LPG 승합차를 출시했지만, 출고가 지연되면서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LPG 업계는 완성차 업체와 함께 연료비 지원 등 이벤트도 준비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프리미엄 다목적차량(MPV·미니밴) '스타리아'의 LPG 모델을 출시했지만, 현재까지 출고 일정이 잡힌 물량은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신차는 물론 기존 차량들도 생산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출고 시작 시점 역시 미정이다.

기아차 역시 세단 'K7'의 후속작인 'K8'을 출시하면서 LPG 모델을 함께 내놨지만, 지금 계약하면 7~8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기아차는 K8의 출고가 줄줄이 지연되자 일부 사양을 덜어내면 출고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마이너스 옵션'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LPG 모델은 그 대상에서 제외돼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다목적차량 스타리아./현대차 제공

새로 출시된 LPG 차량의 출고가 늦어지자 SK가스(018670), E1(017940) 등 수송용 LPG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스타리아 LPG 모델은 지난 1999년 카니발 이후 22년 만에 출시된 LPG 승합차로, 수송용 LPG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업계의 기대감을 받아왔다. 특히 스타리아 LPG 카고 모델(3·5인승)과 스타리아 통학차 모델은 정부의 LPG 화물차 및 LPG 어린이 통학차 보조금 지원 대상이라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LPG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송용 LPG 수요가 줄어드는 요인 중 하나는 LPG 차량 선택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라며 "2019년 르노삼성의 'QM6' 출시 이후 오랜만에 LPG 모델이 출시됐는데, 출고가 기약없이 지연되면 가스 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정다운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수송용 LPG(부탄) 수요는 계속 줄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수송용 LPG는 446만7000톤(t)이 소비돼 전체 LPG 중 가장 많은 48.8%를 차지했다. 2012년 49.4%를 기록하며 50%선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 지난해엔 25.9%(267만8000t)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송용 LPG의 빈자리는 석유화학용 LPG가 채웠다. 석유화학용 LPG 비중은 2010년 21.2%에서 지난해 말 47.2%까지 올라 전체 LPG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PG 신차 출고가 늦어지면 수송용 LPG 수요 회복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각 가스 기업의 실적에도 영항을 미치게 된다. SK가스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2분기에는 스타리아와 K8에서 LPG 신차가 출시되고 전년 대비 LPG 차량 구매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판매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LPG 업계 관계자는 "수송용 LPG 수요가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LPG의 30% 가까이를 차지해 포기할 수 없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가스업계가 LPG 신차 출고에 맞춰 준비한 이벤트 역시 차량 출고가 지연되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SK가스는 스타리아 LPG 모델을 대상으로 하는 연료비 지원 프로모션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당초 이달 중순부터 스타리아 LPG 모델을 받은 고객에게 SK LPG 충전권 5만원을 증정하려 했지만, 출고된 차가 없어 충전권 증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E1 역시 완성차 업체와 이벤트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행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